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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스 탕겐테 독일 본사 수리기

지수스 2020. 5. 24. 20:50

얼마 전, 사용중이던 노모스의 탕겐테 ref.139 모델을 독일 본사로 보내 수리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작센주 글라스휘테에 있는 노모스 본사

 

발단은 사용중이던 시계를 떨어뜨리면서였습니다

탕겐테에 나토스트랩을 달아 사용을 하고 있었는데

나토스트랩이 나일론 소재이다보니 아무래도 미묘한 탄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특성과 제 부주의가 합쳐져 집에 돌아와 시계를 풀던 중 방바닥에 떨어뜨리게 되었습니다

시계를 주워서 살펴 보았는데 러그 방향으로 떨어졌는지 우측 하단 러그가 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정도 살펴보자 일 오차율이 기존과 달라진 것이

무브먼트 쪽에도 일부 충격이 간 것 같았습니다

오차율 자체는 변한 것도 준수한 편에 들어가서 그렇게 대단한 파손은 아닌 것 같았지만요

계속 사용할 의사가 있는 시계이고 제 과실로 파손이 되었으니 수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노모스의 수리는 크게 두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1. 국내 공식 수입원인 코스코(swisswatches.co.kr/)를 이용

2. 독일에 있는 노모스 본사로 보내는 방법

 

이 중 국내 수입업체인 코스코는 자신들이 판매한 상품이 아니면

서비스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 규모상 서비스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외주를 주는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제 물건은 코스코 정식 구입품이라 국내 서비스 접수에는 지장이 없고,

인터넷 상에 검색되는 코스코의 다른 사람들 수리 경험담을 보면

외주업체 수리라도 대충 해주는 것 같지는 않고 일정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만...

제 경우는 외관 파손이고 소규모 업체의 외주수리에 대한 근거없는 의심병 때문에

독일 본사로 보내 수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물건을 보낸지 약 한달 반 정도 걸려서 수리된 물건을 수령했습니다

개인으로 보낸 것이라 관련 서류와 절차를 직접 준비해서 했는데

저처럼 본사에 수리를 의뢰할 분들에게 조금은 참고가 될까 해서 과정을 정리해 올려봅니다

꼭 노모스 뿐 아니라 다른 회사라도 과정은 비슷할테니까요

 

일단 시계를 해외 본사로 발송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은 "개인통관 고유부호" 입니다

개인물품 수출입시 관세청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사용하는 부호인데

본사 수리를 진행하기 전에 꼭 발급을 받아 두어야 합니다

관세청 홈페이지나 관세청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쉽게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1. 발송

 

노모스 본사로 보내기로 한 저는 우선 어느정도 견적이 나올지 궁금하여

노모스 서비스부서(service@glashuette.com)에 메일을 보내 보았습니다

 

"노모스 탕겐테 시계를 쓰다가 사고로 떨어뜨렸어. 러그가 휘었고 약간의 충격이 간 것 같은데

수리를 하고 싶어. 대략적인 비용이 얼마인지 알 수 있을까?" (전문은 아니고 요약입니다)

 

그러자 담당자가 전형적인 내용을 담은 답장을 보내 주었습니다

 

 

요약을 하면 

1. 당신 지역에 있는 노모스 공식업체에 맡겨라

2. 아니면 아래 첨부한 주소에 있는 우리 회사로 직접 보내라

제품 오리지널 박스가 보호가 잘되기 때문에 거기에 담는 것을 추천하고

아래 양식을 작성 후 첨부해서 발송하기 바란다

 

사실 당연한 답변입니다

시계 상태를 보지도 않고 임의로 견적을 내 줄 수는 없을테니까요

 

첨부된 양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모스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양식인데

(nomos-glashuette.com/media/pdf/b8/9a/d9/return_form_service_en.pdf)

이걸 받아서 이름과 돌려 받을 주소, 연락처 및 시계 관련 정보 등을 채우고

시계에 상태에 관한 설명과 수리 요구사항 등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세관이 참고를 할 수 있도록 반출 사유서를 작성했습니다

특별한 양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해외로 보내는 사유와

물건을 보내는 사람 정보 (이름, 주소, 연락처, 개인통관 고유부호 등)를 써야 하고

특히 발송하는 물건의 제조사, 제품명과 일련번호(Serial Number)를 명기해야 합니다

 

 

DHL 서비스포인트

그리고 4월 7일 오전, 시계를 담은 오리지널 박스와 준비한 서류를 들고 DHL 서비스포인트를 찾았습니다

 

해외로 물건을 발송하는 업체는 우체국 EMS, FEDEX, UPS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만

DHL을 선택한 이유는 독일의 도이체 포스트 산하라서입니다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독일업체인데 독일 발송에는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우체국 국제특급우편(EMS)에 비해 비용은 비싸지만 자체 화물기를 운용하는

DHL, 페덱스 등이 우체국 대비 신뢰성과 신속성 면에서 우수한 것은 일단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비싼 비용만큼 서비스포인트에서 포장서비스도 꼼꼼히 해주고

협약된 관세사사무소를 통해 신고도 철저히 해주기 때문에

수리를 마치고 들어올 때 필요한 서류를 챙기기에도 유리합니다

 

아무튼 DHL 서비스포인트에서 박스와 완충재로 꼼꼼히 포장을 해주고

발송에 필요한 정보도 잘 작성해 주었습니다

수리 때문에 물건을 발송하고 완료 후 재반입할 예정이라고 알려주면

몇가지 정보를 물어볼텐데 잘 알려주면 됩니다

 

물품 신고금액은 제가 이미 사용하던 물건이라 중고가 되었으니

USD 800달러로 산정을 했고 노모스 본사 오버홀을 진행했던 다른 분 쓴 글에

"Mechanical watch returned under warranty" 라고 적으면

세관에 계류되는 일 없이 바로 본사로 넘어간다는 것을

본 기억이 있어서 해당 문구도 추가를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물건은 DHL로 넘어갔습니다

독일 글라스휘테까지 발송하는 비용은 91,000원.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배송 접수를 하면 송장을 주는데 나중에 재반입을 할 때 필요하니 꼭 챙겨두어야 합니다

 

 

처음 DHL 접수시 안내받은 예정일은 1주일 정도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발송 +2일째인 4월 9일 오전에 (한국시간 기준) 이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 라이프치히를 거쳐

드레스덴에 도착을 해 배송 직원이 글라스휘테를 향해 출발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4월 9일 오후에 글라스휘테에 있는 노모스 본사에 배송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2. 견적, 결제와 진행

 

외국기업에 서비스를 받을 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느긋함' 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즉각적인 처리를 보여주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특히 유럽 같은 곳은 더욱 느긋합니다

4월 9일이 목요일이고 바로 주말이 있어서 그런지 물건을 받았다는 메시지도 느긋하게 왔습니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그 다음주 화요일인 4월 14일(+7일차) 오전에 온 메일입니다

"시계는 글라스휘테에 잘 도착했어. 서비스 부서에서 점검해보고 알려줄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15일(+8일차), 오후, 수리비 견적서가 포함된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Minor repairs Alpha movement - EUR 75유로

- 모든 기능 점검과 교정

- 6자세차 조정

- 방수성능 복원

- 며칠간에 걸친 검수

 

Refurbishing a case - EUR 60유로

- 러그 펴기

- 여러 단계를 거치는 연마와 광택작업

- 방수성능 복구

 

배송비 - EUR 45유로

 

합계 180유로

내역으로 보면 본사에서 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수리입니다

비용은 비싸지만 독일은 메뉴얼은 철저히 지키는 성향이 강한 편이라

믿을만 하다고 생각되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견적에 동의하고 수락한다는 내용을 수락한다는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통해 안내를 받아 수리 비용은 페이팔로 지불을 했습니다

다음 날인 4월 16일(+9일차), 결제를 확인했고, 수리를 진행하겠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3. 수리 완료와 배송

 

다시 필요한 것은 느긋함입니다

시계가 원래 없었던 셈 치면서 일상을 살아가다보니 5월 6일(+29일차) 오후에 메일이 왔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 네 노모스 탕겐테 수리가 완료되어서 발송할거야"

대략 이런 내용에 수리비 인보이스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수리한 워치메이커 이름과 내역, 비용 등이 적혀 있습니다

배송업체와 송장번호를 알려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알려주지 않더라도 때되면 통관 때문에 알아서 연락이 올테니

조급해 하지 않고 기다리면 됩니다

이 수리비 인보이스는 통관시 필요하니 다운로드 받아서 잘 챙겨두어야 합니다

 

이 메일을 받으면 슬슬 통관서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노모스 탕겐테가 저렴한 시계는 아니라 일반통관으로 진행이 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물건은 면세범위를 벗어난다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는 이미 세금을 내고 정식으로 수입이 된 물건이

수리를 위해 수출이 되었다가 국내 사용을 위해 다시 들어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또다시 세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수리를 위해 나갔다가 들어왔다는 근거를 제출하면 과세가 되지 않습니다

단, 물건이 아닌 수리비가 면세범위를 벗어난다면 수리비에 대한 과세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수리비만큼 물건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보아서 그렇다는군요

 

이 근거가 되는 서류는 수출신고필증, 수출 인보이스입니다

 

수출신고필증 양식

 

이 두 서류는 물건을 발송할 때 이용한 배송업체에 이야기를 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DHL을 이용했으니 DHL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DHL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수출 인보이스는 거의 바로 메일로 받을 수 있었고

수출신고필증 또한 DHL과 연계된 관세사 사무소를 통해 당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오후 늦은 시간에 요청하면 다음 날로 밀릴 수도 있으니 그건 참고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수출 관련 서류는 3개월 정도 보관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리가 3개월 이상 길어진다면 이런 서류는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물건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바로 보내달라고 해도 되고요

 

여기에 추가로 재반입 사유서(특별히 양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검색을 해보시면

대략적인 양식이 나옵니다)를 작성해 시계를 발송할 때 받은 송장과 함께

스캔을 해두면 준비가 완료됩니다

 

그리고 5월 15일(+38일차) 오전, 문자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노모스 측에서는 페덱스를 이용하나봅니다

송장번호로 조회해보니 경로가 다이나믹 했습니다

독일에서 프랑스로 넘어간 다음 샤를 드 골 공항 -> 인도 뉴델리 -> 중국 광저우를 거쳐

인천에 도착한 날짜는 5월 9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주말이 끼고 정식통관에 따른 분류작업 탓인지 5월 15일에 연락이 온 것 같았습니다

 

이 연락이 오면 알려준 메일로 미리 준비해 둔 수출신고필증(수출면장), 수출 인보이스,

수리비 인보이스, 재반입 사유서, 발송시 사용한 송장을 보내주면 됩니다

그러면 업체 통관부에서 보내준 서류로 알아서 통관을 진행해 주고

세금 발생시 납부를 하면 배송이 시작됩니다

제 경우는 다행히 면세 범위인지 주말 중에 페덱스 측 관세사 사무소를 통해

이메일로 수입신고내역서만 날아오고 월요일에 배송이 진행되었습니다

 

+41일차인 5월 18일 월요일, 영등포구에 있는 페덱스 사무소에서

배송을 출발했다는 내용이 조회되었고

그날 오후 페덱스 배송기사님에게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직장에 있어서 문 앞에 놓고 가달라는 이야기를 했고

퇴근하자 독일에서 날아온 박스가 놓여 있었습니다

 

 

포장 상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출력한 수리 내역서가 동봉되었고

마치 신품을 개봉한 것처럼 보호필름이 붙은 채 들어 있는 시계가 나왔습니다

 

 

수리 상태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구부러졌던 러그는 깔끔하게 펴졌고

덤으로 사용시 있었던 자잘한 흠집도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습니다

구부러진 러그는 루페로 살펴보면 미세하게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루페로 보아야 할 정도고 육안으로 보기에는 거의 신품 수준이었습니다

 

 

Minor Repair 항목에 있던 6자세차 조정도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오차율도 매우 우수하게 조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사용한 바로는 +1~2초/일 수준이었습니다

 

 

비록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내용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리였습니다

나중에 Complete Service, 일명 오버홀을 받을 때에도

독일 본사로 보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