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

이태리편식 - 남가좌동 명지대 부근 이태리 음식점

지수스 2016. 3. 25. 23:11

제가 먹거리 사진이나 고양이 사진 등을 좀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올린 사진에 누군가가 좋아요를 눌러줬다는 알림을 보았습니다

문득 이태리편식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길래 누군지 궁금해서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살피다보니 자그마한 이태리 식당을 하고 있는 요리사 분이란 걸 알게 되었고

그분이 간간히 올리는 글에서 보이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은 기운이 들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게 위치를 보니 마침 명지대 근처였고 명지대에 다니는 아는 동생이 있어

가게를 아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알바한 친구가 가봤다는데 가격 대비 두세배는 괜찮다네요"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날 가봤습니다!


명지대 부근에 있는 남가좌동 사거리 바로 근처입니다



가게 외관입니다

영업시간은 12시부터입니다. 일요일은 휴무



요리를 하시는 젊은 남자 사장님 (+주방장, 서버 등)

저 분 혼자서 가게를 꾸리고 계셨습니다

왼쪽에 보이는건 피자를 구워내는 화덕입니다







가게 내부는 소박합니다

흔히 '이태리 레스토랑' 하면 떠올리는 크고 고급진 분위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테이블도 많지 않고요

그렇다고 저렴한 분위기는 아니고 깔끔, 담백합니다

물이나 피클 등도 셀프



 

좌석마다 저렇게 메뉴판을 놓아 두었습니다




가게 메뉴입니다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가게 주인장의 나름대로의 음식 철학이 적혀 있고

피자, 파스타 등이 있습니다

이 가게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게 여기서 나옵니다

이태리풍 화덕피자가 1만원 위아래, 파스타는 7천원부터....

어디서 보기 힘든 이태리 식당 메뉴판 가격입니다

세트 메뉴도 있긴 한데 주변 명지대, 명지전문대 학생 전용이라 저는 안되겠네요


그런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도 중요하겠죠?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 주문한 것은 까르보나라였습니다

그날 웬지 치즈향이 땡기기도 했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전에 살펴본 바로는

시중에서 까르보나라라고 파는 크림 소스 파스타와는 다른 모양새여서 관심도 갔습니다


까르보나라가 미군에서 비롯된 것이다는 등 여러 설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태리 레시피대로 한다면 계란 노른자에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사용해서 만드는 파스타로 점성이 강하고 뻑뻑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 시중에서 흔히 까르보나라라는 이름으로 파는 물건은

사실 생크림(그나마도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인조생크림을 사용...)이나 우유 등에다가

저렴한 파마산 치즈를 넣어 만드는 크림 소스 파스타로 진짜 까르보나라와는 많이 다릅니다


가게 주인장 말에 따르면 여기 까르보나라에는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라나 파다노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가 고가라서 사용되는 대체재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가 파르마 지방에서 만든 것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인데

그라나 파다노는 그 외에 다른 지역에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동일한 제조법으로

만드는 물건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의 대체제로 많이 쓰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보다 생산량도 좀 더 많고 조금 널널한 기준을 적용해

생산하지만 원본이 고급치즈다 보니 그라나 파다노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보다는

조금 못할지언정 만만찮은 고급 치즈입니다

이거보다 더 저렴하게 가면 프랜차이즈 피자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마산 치즈가 있고요. 아마 대부분 프랜차이즈 이태리 레스토랑에서는

파마산 치즈를 사용할겁니다


암튼 이 가게 까르보나라입니다



누르스름한 빛을 띄고 있는데 사실 이놈도 이태리 레시피는 아닙니다

이태리 레시피대로 하면 손님 거의 대부분이 왜이리 뻑뻑하냐면서

불만을 토로할게 뻔하기 때문에 크림을 좀 넣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중에 크림 국물 스파게티 수준은 아니고 소스가 꽤나 되직하게

진한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치즈 향 자체도 괜찮아서 이걸 먹고 집에 와서도

코 끝에서 특유의 꿉꿉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베이컨은 식감이 독특해서 물어보니 생베이컨을 직접 구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날 방문해서 먹어본 것은 오일 파스타였습니다

가게 주인장은 오일 파스타류는 이태리식으로 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이셨습니다

그래서 먹어보았습니다

메뉴판 중에 새우로 되어 있는 12,000원짜리 물건입니다



바질 페스토, 토마토, 매콤오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제가 선택한 것은 바질 페스토

모양새를 보니 이건 제대로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 시중 이태리 레스토랑을 가서 오일 파스타를 시키면

오일 파스타 주제에 접시 바닥에 국물이 흥건한 경우가 있습니다

뭐... 이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라 뭐라고 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이 가게 오일 파스타는 바닥에 깔리는 국물 없이 면에 올리브 기름이

잘 코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맛은 의외로 담백한 느낌이었습니다

오일 파스타에 담백함이 무슨 말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료 그 자체에서 나오는 맛으로 나온 그런 느낌이랄까요?

일부 가게에서는 감칠맛을 위해 굴소스를 쓰기도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굴소스는 쉽게 맛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재료입니다

그런데 그 특유의 뒷맛이 텁텁한 느낌으로 남기도 하고 쉽게 질리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면은 알 덴테는 아니고 조금 더 익힌 상태네요



베이컨 토마토 파스타입니다

토마토소스 군데군데 방울 토마토가 들어가 있습니다

까르보나라와 같은 베이컨을 사용했고 토마토 소스가 상당히 상큼합니다



알리올리오

이 가게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과 기름이라는 이름에 충실합니다

별다른 부재료가 없어서 심심할 수 있기에 단품으로 하기보다는

다른 메뉴와 같이 주문해 먹는게 어떨지 싶습니다


그 외에



주인장님이 대접을 해 준 조각피자입니다

초리조 피칸테 조각피자인데 저 햄 자체가 간이 되어 짭쪼름하고 씹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반죽도 잘되었는지 찰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건 주문해서 먹어 본 와인입니다

와인이라기보다 와인 음료에 가까운 듯 한데 레드와인에 과일 이것저것 등을 섞어 담근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 와인보다는 가볍게 마시기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우연하게 숨은 맛집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음식을 하는 가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단점으로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면 갈 일이 없는 동네에 위치해 있다는 것

그리고 플라스틱 재질 접시를 쓴다는 것이요

정확히는 멜라민 수지로 나쁜 소재는 아닙니다

가볍고 관리하기도 편하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래도 사기 그릇이 느낌이 좋은건 어쩔 수 없네요

주변은 전형적인 대학가+주택가라 정말 별거 없습니다

저걸 먹기 위해 일부러 가야 한다는게 문제네요


추가 -------


얼마 전부터 시작한 스페셜 메뉴라고 합니다



일반 메뉴보다 가격대가 확연히 높습니다

그 중에 포르치니, 그러니까 그물버섯 파스타가 궁금해 먹어보았습니다



포르치니는 이태리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버섯이라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송이버섯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향이 강한 것도 그렇고 가격대가 높은 편인 것도 그렇고요

저걸 조리하는데 가게 안에 버섯 향이 확 퍼지면서 '나는 뭔가 다르다' 하는 포스를 풍겼습니다



기본적으로 크림소스 파스타이고 거기에 포르치니를 넣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포르치니 특유의 향이 솔솔 나면서 식욕을 돋구어 주었습니다

송이버섯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향이에요

버섯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할만한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가게에선 비싼 메뉴지만 저 버섯을 취급하는 음식점 자체가 흔치는 않고

취급한다 해도 최소 2만원대 찍으니까요

물론 저게 전부 포르치니는 아니고 식감을 위해 다른 버섯을 섞었다고 합니다

포르치니는 식감이 아니라 향 때문에 사용하는 식재료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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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폐업했습니다

가격 대비 괜찮은 곳이었는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