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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스 글라스휘테 탕겐테 ref.139

지수스 2020. 1. 19. 20:53

흔히 '고급시계'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생산국이 스위스입니다

롤렉스, 오메가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고급시계회사 대부분이

스위스에 본사와 생산공장을 두고 있고

까르띠에, 불가리 등 타국 출신 고가 패션하우스 브랜드도

시계생산만큼은 스위스에서 하면서 "SWISS MADE" 글자를 시계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고급시계시장에서 스위스의 위치는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스위스가 아니더라도 존재감을 나타내는 시계회사들이 있습니다

스위스 외에 두각을 나타내는 시계 제조국가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독일과 일본일 것입니다

 

일본시계는 세이코, 카시오 등이 잘 알려져 있고 전자/쿼츠시계 중심에

대중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기계식시계 부분도 의외로 만만치 않고

거의 대부분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며 시계산업의 한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독일시계는 시계를 어느정도 아는 매니아층 위주로 알려진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고급 시계인 랑에 운트 죄네를 필두로

스와치그룹 소속의 글라스휘테 오리기날,

기계식시계로 극한 컨셉 시계를 만드는 진(Sinn)등

스위스 시계와는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하며 매니아 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노모스 글라스휘테도 지지층이 상당히 탄탄한 시계회사입니다

NOMOS는 고대 그리스어로 관리, 규율, 법칙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시계회사에 잘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계업계에서는 긴 역사 그 자체가 훌륭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계제조사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과거에 존재했다가 명맥이 끊긴 브랜드의 권리를 구입해서 되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의 최고급 시계브랜드인 랑에 운트 죄네가 사실상 없어진 곳을

스위스 리치몬트그룹에서 되살려서 운영중인 곳이고,

블랑팡 또한 한 번 망하다시피 한 곳을 새롭게 일으키다시피 해서

스와치그룹에서 인수해 과거 오랜 역사가 이어져 내려온 것처럼 포장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노모스란 브랜드 또한 과거 글라스휘테 지역에 존재한 적은 있었던 회사라고는 합니다

하지만 워낙 존재감이 없었던 곳이고 현 노모스가 과거 노모스와 접점을 내세우지도 않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 새롭게 생긴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에 설립된 노모스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계 회사로서는

개념찬 행보를 보이며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아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생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곳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노모스의 시작이면서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은 당연히 탕겐테(Tangente)입니다

현재는 미니마틱, 오리온, 클럽 등 여러가지 매력적인 모델이 노모스의 콜렉션 목록을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모스가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군 (탕겐테, 루드비히, 오리온, 테트라) 중 하나이고

그 중 탕겐테가 노모스가 아이콘이면서 현재 노모스를 있게 만든 제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1. 개봉

 

노모스의 포장은 단촐한 느낌입니다

재질은 포플러 나무, 그러니까 미루나무라고 합니다

고급 목재는 아니지만 가볍고 시계를 담아서 보호하기에는 별 문제는 없는 수준입니다

 

 

케이스를 열면 시계와 보증서가 들어있는 봉투, 극세사융. 이게 전부입니다

 

 

2. 디자인

 

혹자는 노모스 탕겐테의 디자인을 바우하우스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탕겐테 디자인의 원형은 1930년대 글라스휘테에서 만든 손목시계에서 왔다고 합니다

Weber&Baral/Pforzheim 이라는 다이얼 제작회사에서 납품한 다이얼을 가지고

Lange(현 랑에 운트 죄네)와 STOWA에서 만들었던 시계가 있는데

이 원형을 가지고 현대적으로 되살려 만든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 디자인은 도이처 베르크분트 (Deutcher Werkbund : 독일공작연맹)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노모스 스스로도 이곳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우하우스 역시 도이처 베르크분트의 영향을 크게 받아 만들어진 곳이라

바우스우스와의 관계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리고 이 시대에 어느정도 유행을 했던 디자인인지

빈티지 스위스 시계 쪽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관은 매우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입니다

케이스 크기는 요즘 시계 추세 치고는 약간 작다고 할 수 있는 35mm 입니다

하지만 베젤이 얇고 단순한 디자인 때문인지 답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이얼은 사진으로만 접한다면 하얀색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물을 보면 아이보리색이 감돌면서 미세하게 펄이 들어가 있습니다

까르띠에에서 '오펄린 다이얼' 이라고 부르는 그런 스타일 입니다

 

인덱스는 아라비아 숫자와 바가 교대로 혼합되어 있습니다

다이얼 전체를 아라비아 숫자로만 채운다면 아무래도 캐주얼한 느낌이 강조되고

바로만 구성한다면 점잖은 느낌이 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두가지를 섞으면서 중간점을 노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됩니다

 

 

시침, 분침, 초침은 열처리해서 만든 블루스틸을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검은색, 짙푸른색 때로는 파란색으로 변해 보입니다

서브다이얼은 단차를 두어 초침을 배치했는데

비어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서브세컨드로 포인트를 주어서 심심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가죽줄은 말 엉덩이 부위 가죽인 쉘코도반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Horween사 가죽을 사용해 제조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랩 안쪽이 얼룩덜룩한 것은 가죽 처리방식 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탱버클을 제공하지만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디플로이먼트 버클을 달았습니다

만듦새는 무난합니다

 

 

러그는 가늘고 길게 뻗어 있습니다

줄을 교체하기 편하도록 홈이 드러나 있습니다

폭은 18mm

 

착용감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얇고 가벼워서 착용을 하더라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정장에도 어울리는 깔끔한 다용도 캐주얼 시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수는 생활방수라고 불리는 3기압(30m) 방수입니다

웬만한 수준의 비나 손씻기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는 문제 없는 수준입니다

 

 

 

3. 무브먼트

 

탕겐테의 심플한 다이얼과는 달리 시계를 뒤집으면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백 일부를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만들어 놓아 내부를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이 시스루백을 통해 보이는 것은 노모스의 기본 무브먼트인 '알파' 입니다

손으로 용두를 돌려 메인스프링을 감아주어야 하는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이고

노모스가 매니아들에게 높이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무브먼트 때문입니다

 

무브먼트는 시계 외관을 제외한 구동을 책임지는 기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시계의 핵심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이 무브먼트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시계를 만드는 회사는 흔치 않고

대다수 시계회사들은 무브먼트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회사에서 납품을 받아

외관만 디자인을 해서 시계를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기계식 무브먼트로는 스위스의 ETA나 Sellita 등이 있고

일본의 세이코와 미요타 무브먼트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무브먼트 전문 제조사 제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동안 검증된 구조를 가진 무브먼트를 풍부한 대량생산 노하우를 가지고 만드니

저렴한 가격에 안정된 성능을 내주는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자체 제작을 한 무브먼트보다 성능 면에서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계 매니아들이 요즘 고가시계에 바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만 표시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다른 회사 제품과 얼마나 차별화를 할 수 있고, 비싼 가격을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명분을 제공해 주는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획일화되는 범용 무브먼트는 이런 차별화 면에서 매니아들이 좋은 평을 하기가 힘듭니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홍보하는 소위 '명품' 브랜드가 같은 알맹이를 가지고

포장만 다르게 해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 좋은 부분은 아니기도 합니다

 

노모스는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 고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물론 고급 기계식 시계라는 범주 안에서 저렴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렴하진 않지요)

자체 생산한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노모스도 처음부터 자체 생산한 무브먼트를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노모스 무브먼트의 시작은 ETA에서 가져온 7001 이었습니다

범용 무브먼트 중에서는 나름 고급형에 속하는 얇은 무브먼트인데

처음에는 이 ETA 7001을 가져와 장식을 하는 정도로 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자사 부품 생산비중을 늘리며 무브먼트를 차근차근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ETA 7001 이후에 사용한 1T라는 무브먼트입니다

브릿지 구조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도금 방식이 바뀌었고 NOMOS 로고 아래에 글라스휘테가 새겨졌습니다

저 글라스휘테 각인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는데

독일 작센주의 글라스휘테에서 50% 이상 생산을 해고 인증을 받아야 새길 수 있는 글자입니다

노모스 시계공방이 글라스휘테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50% 이상은 자사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1T 무브먼트 이후로 1TSP가 나오며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플레이트를 독일 글라스휘테 시계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3/4 플레이트로 바꾸는 등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이 '알파' 무브먼트입니다

 

 

무브먼트의 생김새와 스펙을 보면 ETA 7001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로듐 도금한 독일 글라스휘테식 3/4 플레이트

열처리된 블루스크류

메인스프링 배럴과 크라운휠의 선버스트 가공

메인스프링 배럴을 잡아주는 래칫클릭을 독일식으로 바꾸는 등 외관상으로도 변화를 주었지만

시간 세팅을 위해 용두를 뽑았을 때 초침이 멈추는 스톱세컨드(일명 핵킹) 기능 등

원본에는 없는 기능까지 추가를 했습니다

 

거기에 6자세차 조정, 나름 고급시계에 쓰이는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 등

기능적으로도 만만찮은 수고를 들여 나온 무브먼트입니다

 

참고로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는 요즘처럼 프리스프렁 밸런스휠이 일반화 되기 전까지

최고급 시계에서도 사용되던 레귤레이터입니다

저렇게 작은 나사를 돌려 레귤레이팅을 할 수 있는 장치이고

현재로서도 최고급 브랜드 중 엔트리 라인에서도 드물지 않게 보이는 나름 고급형 레귤레이터입니다

 

알파 무브먼트의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

노모스 측 홍보자료로는 현재 95% 이상의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소화하는 등

설계 베이스만 ETA 7001일 뿐이지 사실상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보아도 무방할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기다 모서리 부분 마감도 어느정도는 되어 있습니다

하이엔드급 브랜드처럼 공들여 마감한 형태는 아니지만 간단하게나마 처리를 한 등

무브먼트 면에서 브랜드 인지도만 있는 제조사들보다는 훨씬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랜드 홍보만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내부적으로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게 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노모스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브랜드는 아닙니다

하지만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고, 기계식 시계 그 자체를 좋아하는 진짜 매니아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화려한 디자인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해당 브랜드 제품임을 알리듯 브랜드 로고 패턴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거나

시계의 경우 고가 시계라는 것을 과시하듯 크고 번쩍거리는 부분이 많은 것은 제 취향과 거리가 먼 편입니다

지샥처럼 기능성 때문에 커진 경우는 어느정도 예외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노모스 탕겐테의 디자인은 그런 점에서 제 취향에 부합했습니다

 

그래서 노모스 탕겐테를 잘 착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