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

신성각 - 신공덕동 중국요리집

지수스 2015. 5. 9. 21:28

제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되어 가끔 가던 중국집이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음식을 참 정직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주는 가게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게가 얼마 전 '수요미식회' 라는 프로그램에 떴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블로그에도 올려볼까 생각하고 사진도 찍고 했습니다


그 가게가 바로 신성각입니다



주소상으로 마포구 신공덕동에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공덕역에서 내려도 되고 효창공원앞역에서 내려서 가도 됩니다만

어느 역을 이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걷거나 버스로 갈아타서 가야 합니다

공덕역에서는 건물 사이로 난 샛길과 아파트단지, 주택가를 지나는 복잡한 길을 지나야 합니다

효창공원앞역에서라면 백범김구기념관 쪽으로 걷거나 버스를 갈아타고 돌아가야 합니다

어쨌든 대한노인회 건물 건너편에 있습니다



겉보기에 허름한 느낌이 풀풀 풍기는 곳입니다

지나가는 길이라도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못보고 지나칠 그런 곳입니다



내부에는 주인 아저씨의 개인사가 담긴 어항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쓰던 물건을 차곡차곡 모아 넣어둔 모양입니다

예비군 모자와 민방위 모자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 외 내부사진은 좀 더 찍고 싶었지만 공간이 넓지 않은데다 사람들이 있어서 생략했습니다

하지만 겉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오래되었습니다. 테이블은 4인용 딱 4개가 놓여 있습니다.


메뉴판 및 영업시간입니다

요새 웬만한 서울시내 중국집 메뉴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렴한 편입니다

영업시작을 11시 37분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은게 눈에 들어옵니다

1981년에 문을 열었으니 35년 정도가 된 가게네요

아, 카드 결제는 되지 않습니다. 카드기가 있는데도 카드를 받지 않는다면 불법이지만

카드 가맹을 하지 않았다면 카드를 받지 않는게 불법이 아닙니다





우선 이 가게 간짜장입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슬쩍 보이는 주방을 보시면 탁탁 소리와 함께 수타면을 치는 주인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네, 수타면입니다

그것도 첨가제를 넣지 않아 빛깔이 하얀 편입니다


간짜장을 면 위에 붓고 한젓가락 집어 올리자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면 입 안을 가득 메우는 조미료를 맛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이 가게 짜장면은 '이게 뭐야?' 할 정도로 맹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았거나 매우 소량만 사용한 모양입니다

맹한 맛이었지만 먹다보니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볶았을 때 나는 희미한 불맛, 춘장의 짭쪼름함이

어우러져 먹다보니 '호오.. 괜찮은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가게 우동입니다

당연히 수타면이고 국물은 맑고 담백하게 끓여낸 조개탕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가게의 탕수육입니다

특이하게 감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튀김옷이 얇고 고기가 두툼한게 제대로 만든 탕수육입니다

야채도 아삭한데다 소스도 지나치게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에

여러 조각 집어 먹어도 쉽게 물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13,000원!



군만두입니다

역시 조미료를 쓰지 않았거나 적게 썼는지 만두소 맛은 좀 맹합니다

그리고 조금 퍽퍽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바삭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잘 구운 만두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음식을 정직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가게입니다

전체적으로 조미료 맛을 느낄 수 없어서 첫맛은 밍밍합니다

이것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습니다만 저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일반 중국집에서 먹고 난 뒤 입 안에 남는 텁텁한 느낌을

이 가게에서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점은 현금결제 밖에 안되는 점, 그리고 불편한 접근성입니다

그래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면 한 번 정도는 가 볼 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