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인천국제공항이었습니다
아침 노을에 물들기 시작한 공항 풍경이 설렘을 주었습니다
저비용 항공사라 위탁수하물이 15kg까지였습니다
원래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친구에게 줄 물건들을 싸가느라 제한에 겨우 맞췄습니다
에어서울 창구에서 탑승수속,
일찍 도착해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거쳐 출국장으로 나왔습니다
저비용 항공사(LCC)는 대부분 여기서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하는
탑승동에서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쩐지 제1터미널 41번 탑승구에 배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득을 본 기분이었습니다
일단 탑승구 위치를 한 번 확인하고
면세점과 공항풍경을 보며 기다렸습니다
면세점에서 딱히 구입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경을 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공항을 바쁘게 오가고 이착륙을 하는 비행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탈 에어서울 에어버스 A321-200 기종도 준비중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별다른 지연 없이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어서울이 홈페이지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좌석은 저비용 항공사 중에서 가장 편한 쪽입니다
아니,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해외 업체에 비하면 서비스가 좋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자 오늘 만석 예정이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고
그걸 증명하듯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다카마쓰 노선이 이렇게 인기가 좋을 줄은 몰랐네요
비행기는 시간맞춰 이륙을 하고 한반도를 가로질러 동해로 나갔습니다
파아란 바다 위를 얼마동안 날아가자 육지가 나타났습니다
아마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 부근 즈임일 것입니다
이곳은 구라시키시였을 것입니다
곧 이어 세토내해가 나오고 다카마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쩐지 카가와에서는 저런 둥글둥글한 산들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루가메에 이이노산도 그렇고요
다카마쓰 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습니다
카가와현 전체 인구가 100만명이 채 되지 않고
그 중심 도시인 다카마쓰가 40만명이 조금 넘는 정도 규모라
공항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4년만에 다시 보는 Welcome to KAGAWA, 그리고 우동 로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입국심사 후 세관을 통과해 나오기까지
25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작은 공항이라 오래 걸을 필요도 없이 나오면 바로 입국심사대,
위탁수하물을 찾는 곳도 한군데라 바로바로 나올 수 있습니다
작은 공항의 장점입니다
공항의 모습이 4년 전과 비교해 약간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공항버스 티켓 자판기도 있고 시코쿠 88개 절 순례길인
오헨로 순례자를 위한 탈의실도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차를 타고 바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장소는 다카마쓰 기나시초 야산에 있는 코무기도(小麦堂) 였습니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소맥, 그러니까 밀가루 만드는 '밀 집'이라는 뜻입니다
https://goo.gl/maps/c3Ju15NwyEcXgoYq5
공항에서 30분 가량을 달려 도착했는데
지도에서도 보이다시피 산 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로 산길을 올라가 나오는 조그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 다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숲으로 둘러 쌓인 오두막이 나옵니다
앞에 코무기도 간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시간이 몹시 빡빡합니다
11시부터 16시까지인 것은 그렇다고 하는데
휴일이 월, 화, 수, 목.. 그러니까 금, 토, 일만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장사할 생각이 있는 가게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안에 들어가보니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매장 내부는 좁아서 한 그룹씩만 들어가서 구입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바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들어가보니 주방공간과 커다란 화덕이 있고
나이 지긋한 부부 두 분이서 빵을 굽고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네요
화덕에 구워낸 빵이라 단단한 빵류가 많은 편인데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보통 150엔에서 200엔, 비싼게 250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재료를 아낌없이 집어 넣은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른 빵 중 하나가 무화과 쇼콜라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무화과과 거의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수익은 뒷전이고 소일거리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지 사람들도 일부러 산속까지 찾아와 빵을 한아름씩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맛도 훌륭하고 가격도 착하고..
저렇게 영업을 해도 장사가 될만한 가게였습니다
그리고 빵가게 주변에는 고양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빵집에 빵보다 고양이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고양이 명소이기도 합니다
주인장 말로는 8마리가 산다는데
더운 한낮이라 다들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는지 3마리만 보였습니다
혹시 기다리게 되더라도 고양이들 때문에 지루하진 않을 것 같았습니다
빵을 산 후 다카마쓰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다카마쓰 상점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카가와에서 첫끼는 역시 우동입니다
https://goo.gl/maps/krJMkqSKBpxEoj2Z9
찾아간 곳은 다카마쓰 상점가 부근에 있는 우동보(うどん棒: 우동봉)입니다
카가와에는 여러가지 형태 우동가게가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쟁반을 들고 가서 주문 후 우동을 받아 자리에 가져가 먹는 셀프 방식
종업원이 자리에 와서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해주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우동보는 후자에 속하고 덧붙여 인테리어도 예쁘게 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카가와 우동 치고는 약간 비싼 가격입니다
메뉴는 기본 메뉴들과 매월 바뀌는 한정 우동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하며 한정우동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문한 것은 히야텐 우동과 올리브 부타 사누키 츠케멘이었습니다
히야텐 우동입니다
자작한 냉우동에 튀김이 올라간 형태입니다
올리브 부타 사누키 츠케멘입니다
츠케멘이지만 우동면을 찍어먹는, 사실상 자루우동입니다
대신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면 식감도 찰지고 만족스럽게 먹은 첫끼였습니다
모양새에서도 보이다시피 우동 외에 튀김에도 신경을 쓴 편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카페인을 채우기 위해 리마 커피로 이동했습니다
https://goo.gl/maps/bB2yoUo2forrEjSZA
일본 카페는 '킷사텐' 이라고 부르는 옛날식 카페가 꽤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방 같은 분위기에 드립커피를 내려주고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며 신문, 잡지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곳입니다
지방 도시일수록 그런 곳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곳은 스페셜티 커피를 다뤄주는 곳이었습니다
라마르조코 에스프레소 머신과 디드리히 로스팅 기계를 놓고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어서 찍어 보았습니다
드립커피 물론 하고 있고 사이폰도 있었습니다
플랫 화이트와 드립커피입니다
맛은 음.. 특별히 맛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습니다
물론 비교 기준점이 유명 로스터리 카페여서 그렇지
그래도 어느 선은 해주기는 합니다
원두도 100g 구입해 보았습니다
처음 집에서 내려 먹어 보았을 때는 물음표가 뜨는 맛이었는데
기간이 좀 지나서 숙성되자 나름 괜찮았습니다
리마 커피에서 나와 잠시 상점가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런저런 가게가 많고 길이는 상당히 길었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고토히라였습니다
다시 보는 고토히라입니다
고토히라 신사는 2019년에 올라간 관계로 굳이 다시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끼는게 비라도 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대신 들른 곳은 초입에 킨료주조입니다
니시노 킨료 양조장은 1789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아
술을 빚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재 실질적인 양조장으로서 기능은 옆동네인 다도쓰 공장으로 옮기고
이곳 옛 건물은 판매점과 홍보를 위한 전시장을 꾸며서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 상징적인 양조시설은 남아 있는 것 같지만요
소주, 그리고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니혼슈가 있었습니다
니혼슈(日本酒)는 한국에서 흔히 '사케'라고 부르는 일본 전통주입니다
사실 사케는 맥주 등을 포함한 술 전반을 부르는 단어입니다
니혼슈 외에도 대중적인 리큐르도 제조를 하고 있습니다
저 중에서 윗줄 가운데에 있는 유즈슈(ゆず酒)가 상당히 좋습니다
위에도 써있다시피 유자즙 함량이 무려 45%라
유자 그 자체인 맛을 보여줍니다
직원의 말로도 여자분들이 상당히 많이 사가는 인기 술이라고 합니다
술을 시음하고, 고르다보니 바깥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꽤 거세게 왔지만 하늘을 보니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도 피할 겸 안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건물 안쪽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큰 고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 건물에 양조장의 역사와 술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옛날 주조장비를 재현해 두었습니다
예전 사진과 간판도 전시를 해뒀네요
그외에 예전에 사용되었던 병, 그리고 니혼슈 주요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것은 준마이다이긴조 야마다니시키입니다
기술 과시를 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드는 고급라인을 제외한
일반적인 제품군 중에서는 가장 고급에 속합니다
살포시 올라오는 누룩향이 좋습니다
안을 둘러보다보니 비가 점점 잦아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근처 신마치 상점가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꽤 왕래하던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조용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상점가 입구 쪽에 히라오카 정육점이 있습니다
https://goo.gl/maps/xw9kBsDH14dixn5d7
말 그대로 정육점인데
이 가게에서 고기를 이용해 니쿠(고기) 고로케를 튀겨서 팔고 있습니다
기본 고기가 좋아서 그런지 육즙도 촉촉하게 흐르고 맛도 좋았습니다
팔고 계시는 할머니가 친절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비가 완전히 그쳤습니다
다리 아래로 물살이 꽤 거셌습니다
그런데 무지개가 떴습니다
그것도 쌍무지개였습니다
소나기가 준 선물이었을까요?
그리고 비가 그친 하늘을 보니
일정을 바꾸어 타카야 신사를 가야겠다는 기운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토히라에서 타카야 신사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https://goo.gl/maps/XS5mhhQFXmHn9TSU8
타카야 신사.. 라고는 하지만 신사의 기둥문인 토리이가 더 유명한 곳입니다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리이는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칸온지시에 있는 타카야 신사에는 '천공의 토리이'라는 별명을 가진 토리이가 있습니다
토리이가 더 유명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천공의 토리이가 더 크게 써있고 타카야 신사 본궁이 작게 써있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올라가자 5~6대 정도 차를 댈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나왔고
여기서부터는 걸어 올라가야 한다고 길을 막아두었습니다
올라 가려는데 칸온지시가 옆으로 보였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경사가 꽤 가팔랐습니다
2~3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신사와 토리이가 나왔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세토내해와 칸온지시, 토리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명소입니다
토리이에서 내려다보는 칸온지시도 정말 멋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깨끗해진 하늘에 노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토리이의 빛깔과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천공의 토리이
그리고 토리이에 가려 조용한 신사입니다
원래 토리이가 신사의 부속 건물인데
여기는 신사가 토리이의 부속 건물이 된 느낌입니다
사람들이 토리이 주위에만 모여 있었습니다만
현지인 말에 따르면 이곳도 나름 복권 당첨 기원의 명소라고 합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신사를 내려 왔는데
내려오던 도중에 본 세토내해의 일몰과 치치부가하마입니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눈에 띄는 차가 서있었습니다
후지와라 두부점 (자가용)
차주가 이니셜D 매니아인 모양입니다
날씨 운이 따라주어 타카야 신사에서 멋진 노을을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마루가메시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한 곳은 게부루 하우스
https://goo.gl/maps/Q7uCKq1jicjAxRkg9
오코노미야키와 모단야키를 주요 메뉴로 해서
빙수 등 디저트류도 판매를 하는 가게입니다
토핑에 따라 다르지만 오코노미야기는 대략 1000엔 선에서,
모단야키는 대략 1100엔선에서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토핑을 고르기 힘들다면 믹스를 고르시면 됩니다
오코노미야키/모단야키는 직접 구울지, 주방에서 구워서 나올지 선택 가능합니다
취향껏 하면 되지만 저는 주방에서 구워 나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주방에서 구워 나오면 철판에 올려 놓고 데우면서 소스만 취향껏 뿌리면 됩니다
먹어봤는데 정말 괜찮았습니다
나중에 현지인에게 들었는데 모단야키 맛집이라고 했습니다
소스도 달달한맛/매운맛 두종류가 나오는데
한국인 기준으로는 전혀 맵지 않기 때문에 마음놓고 매운맛을 뿌리면 됩니다
만족스러운 저녁을 하고 숙소인 토요코인 마루가메에키마에점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토요코인은 가성비가 꽤 좋은 숙소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잠을 자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설과 서비스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비지니스 호텔 체인입니다
거기다 대부분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여행객으로서는 실패는 하지 않는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이렇게 1일차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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