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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es HydroConquest 오토매틱 사용기

지수스 2019. 2. 17. 18:23


론진은 시계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한 회사입니다

하지만 시계에 큰 관심이 없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그런 이름일 것입니다

사실 시계 전문회사 중 롤렉스나 오메가 정도를 제외하면 같은 반응을 보일 확률이 매우 높지만요


론진은 1832년 스위스 쌍띠미에에서 시작한 시계업계에서도 고참에 속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도안으로 된 시계 브랜드 로고 중 가장 오래된, 위에 날개달린 모래시계 로고를 보유한 곳입니다

이런 오래된 역사처럼 과거 시계회사로서 론진의 위상은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 위상을 제가 직접 겪어 보았을 나이는 아니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장 시스템을 갖추어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대량생산체제 시계로서 상급,

그러니까 현재로 치면 롤렉스~오메가급 정도 느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무튼 역사도 오래되고 한때 이름 날리던 시계회사라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중에도

론진의 고객이 있었고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 오드리 헵번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경매에서 고가에 팔렸던 아인슈타인의 시계




오드리 헵번의 광고



하지만 이런 론진도 시계업계를 강타했던 쿼츠파동에서 예외는 아니었고

다른 많은 시계회사들처럼 거대그룹, 그중에서도 현 시계업계의 공룡인 스와치그룹 산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과거 위상과는 멀어졌지만 스와치그룹 내에서 Mid Range 그룹인 티쏘/해밀턴/미도 등과

Prestige/Luxury 그룹의 시작인 오메가의 사이, High Range 그룹에 있습니다

본사는 론진을 시작한 쌍띠미에에 여전히 위치하고 있고요





이전에 작성했던 프로그맨 사용기(https://jeesus.tistory.com/204)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물, 바다 등을 컨셉으로 잡은 시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선택했던 지샥 프로그맨이었는데 이 프로그맨이 기능과 편리성으로는 만족하나,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디자인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습니다

정장 등을 어느정도 차려 입어야 하는 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커버해줄 수 있는 시계를 고민하다가 가격, 유지보수 용이성, 역사성 등을 고려해

론진의 하이드로 콘퀘스트, 일명 하콘으로 결정을 했고 매장에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브랜드 역사는 물론이고 거대 회사인 스와치그룹 소속이라

국내 유통망과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한 사후 관리도 크게 걱정되지 않고,

오버홀 등 서비스 비용 책정도 타사 경쟁모델 대비 저렴한 점이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유지보수가 중요한 요소이고 그 비용도 고려를 해야 나중에 곤란해지지 않습니다

고가 시계는 그 가격만큼 서비스 비용도 비싸게 책정되는 편이라서요





디자인은 전형적인 다이버시계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역회전 방지 회전베젤, 스크류다운 크라운, 300m(30기압) 방수 성능 등...




다이얼은 도트, 바, 아라비아 숫자가 혼합되어 있어 조금 복잡한 편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최근 발매된 신형 세라믹 재질 하이드로 콘퀘스트에서는 좀 더 단순화 되었습니다




케이스백은 요즘 기계식 시계들이 많이 채택하는 씨스루백이 아닌 솔리드백입니다

무브먼트를 보는 재미는 없지만 동스펙 씨스루백 대비 두께를 얇게 할 수 있고

자기 차단 등에서 조금 더 유리한 편입니다

론진 특유의 날개달린 모래시계가 각인되어 있고 그 질감은 꽤 세밀합니다




브레슬릿은 평범한 이중잠금 버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버 익스텐션이 있지만... 사용할 일이 있을까요?



하이드로 콘퀘스트가 처음 나왔을 때 채택한 무브먼트는 론진 L633 이라는 물건이었습니다



론진 기술문서에 나온 스펙인데 무브먼트에 관심을 좀 가졌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형적인 ETA 2824-2 의 스펙입니다

네, 초창기에는 ETA 2824-2에 론진 글자를 새긴 정도 간단한 수정을 해서 사용을 했습니다

급은 엘라보레급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 중간에 다이얼 전체를 아라비아 숫자를 넣은 "신형" 하이드로 콘퀘스트가 나왔습니다

그 "신형" 하이드로 콘퀘스트는 외형도 달라졌지만 무브먼트도 L619로 변경되었습니다



스펙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ETA 2892A2 무브먼트에 론진 글자를 새긴 정도 수정을 한 무브먼트입니다

역시 엘라보레급으로 추정이 되고 이때부터 하이드로 콘퀘스트와 많이 비교되던

오리스 애커스, 태그호이어 아쿠아레이서보다 단가가 조금 더 높은 무브먼트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애커스와 아쿠아레이서는 ETA 2824-2 의 복제 무브먼트인 셀리타 SW200을 넣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라비아 숫자를 넣은 "신형" 모델을 먼저 단종시켜버리고

"구형" 이었던 위 디자인 모델을 계속 가져가게 됩니다

그리고 2018년 세라믹 재질 베젤로 교체한 새로운 디자인 하이드로 콘퀘스트를 내놓고

여기에 L888 이라는 무브먼트를 넣게 됩니다



L888에 대한 론진 기술문서입니다

ETA A31.L01 이라는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했다고 합니다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로터 베어링 모양 등으로 보아 아시겠지만 A31.L01 은

기존 ETA 2892A2 무브먼트 베이스로 개조를 한 무브먼트입니다



초당 8진동이었던 ETA 2892A2 기본 진동수를 7진동으로 낮추면서 파워리저브를 64시간으로 늘리고

로터를 교체해 2892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던 감기효율 부분 향상을 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메가급에서나 채택되던 프리스프렁 밸런스휠, 니바쇼크 완충장치 등을 탑재하고

거기에 따라 헤어스프링도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L888은 얼마전 판매를 시작한 신형 세라믹 하이드로 콘퀘스트에도 들어갔지만

제가 사용하는 기존 알루미늄 베젤을 단 구형모델 후기 생산분에 선탑재가 되어 생산이 되었고

제가 구입한 물건도 L888을 단 후기형 모델이었습니다

론진은 이 L888로 같이 비교되던 타사 경쟁제품 대비 무브먼트 부분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저도 이 긴 파워리저브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은 41mm

다이버 시계로서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크기고 ETA 2892를 베이스로 한 덕분인지

다이버 시계 중에서는 비교적 얇은 두께로 소매깃에도 걸리적거리지 않아 정장을 커버 가능한 듯 합니다

거기다 편안한 옷차림이나 일상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스펙이라 적절하다고 봅니다




론진 하이드로 콘퀘스트

럭셔리급 시계를 바라보는 분들에게는 입문용으로 잠시 거쳐가는 시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고급 기계식 시계의 일부 요소(프리스프렁 밸런스휠 등)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식 중에서는) 가성비가 좋고 실용적인 시계라고 느꼈습니다

신형인 세라믹 하이드로 콘퀘스트 발매로 남은 재고가 판매되면 단종 수순을 밟겠지만

세라믹 버전 대비 정가 기준 5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L888 무브먼트도 사용하니

현재 신품을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는 가격을 생각하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