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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마운트 카메라, 약 1년 반 사용기

지수스 2019. 9. 1. 21:06

가로 36mm, 세로 24mm

카메라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풀프레임'이라고 부르는 포맷 크기입니다

풀프레임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물건인 것 같이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엄청난 것은 아닙니다

 

바로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동네 문방구나 슈퍼 등에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었던

35mm 필름에 기록되는 스틸 이미지 크기입니다

필름 카메라 시대에는 대중적으로 사용되어 거의 표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흔히들 '메이저 제조사' 라고 부르는 카메라 제조사 대부분이

간판모델로 35mm 필름과 같은 크기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제품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진장비 매니아들은 이 크기를 신성시 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찬양하는 면도 있습니다

 

이 '풀프레임'을 대중화시킨 곳은 독일의 카메라 제조사인 에른스트 라이츠(Ernst Leitz)사였습니다

 

1917년, 코닥 Graflex 카메라 광고

이전 카메라는 간편하게 휴대하고 다니며 촬영하기 힘든 형태였습니다

위 광고처럼 상자같은 카메라에 필름을 하나씩 장전해서 촬영하는 등 준비과정도 필요하고 사람들 눈에 많이 띄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에른스트 라이츠사의 직원이었던 오스카 바르낙이라는 기술자가 주로 영화촬영에 사용되었던

35mm 필름을 가져와 카메라를 만들었고 당시 회사명인 Ernst Leitz의 이름을 따서 라이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카메라는 (LEItz + CAmera = LEICA) 간편성과 신뢰성 등에 힘입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에르빈 롬멜과 Leica III, 괴벨스 촬영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과 Leica M3

그래서 때로는 유명 인물의 손에 들려 역사를 기록했고,

 

Henri Cartier-Bresson

전설적인 사진작가들의 손에 들려 현대 사진의 역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라이카가 현대에 소위 말하는 '명품'으로 군림하는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전설'은 현재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라이카의 전설을 만든 모델이자 현재에도 라이카의 간판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는

M형 라이카는 Range Finder Camera, 우리말로 거리계 연동 카메라라고 번역되는 초점방식을 사용합니다

기술 자체가 기계식에 기반을 둔 지극히 아날로그적 방식이라 발전에 한계가 있고,

편의성 면에서 최신 전자기술로 무장한 DSLR/미러리스 방식 카메라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생산단가가 저렴한 것도 아니고 만들기도 까다롭습니다

태엽으로 가는 롤렉스 시계가 보여지는 '스펙'만 가지고는 전자시계보다

한참 뒤떨어지는데도 생산단가가 높은 것과 같습니다

 

자동초점기능도 없어서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손으로 초점링을 돌려서 초점을 맞춰야 하고

편리한 프로그램모드나 셔터우선모드도 없습니다

이런 불편한 카메라를 왜 사용할까요?

답은 별거 없습니다

그냥 좋아서 사용하는 것이지요

 

현재도 기계식 시계 매니아가 있고 구식 진공관 오디오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듯

그냥 거리계 연동 방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나름대로 개인적인 변명을 더해 사용을 하는 것입니다

 

 

예쁜 라이카 카메라

제가 라이카에 관심을 가지고, 사용하게 된 계기도 그 이미지와 역사가 좋아서였습니다

거기에 옛 거장들의 숨결을 맛보기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약간의 허영심에

비교적 휴대가 용이한 부피, DSLR/미러리스 대비 사람들에게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점과

탄탄한 만듦새에 예쁜 디자인 등의 이유가 더해졌습니다

 

 

일반적인 자동초점 카메라에서 라이카로 이주를 시작할 때는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라이카의 RF카메라는 자동초점(AF : Auto Focus)이 없이

사람이 손으로 일일히 잡아주어야 하는 수동초점(MF : Manual Focus) 방식입니다

그동안 반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순식간에 잡아주던 자동초점을 버리고 수동초점만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에 제대로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고 일단 중고제품을 구입해 사용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중고로 구입한 제품을 사용하다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을 경우 다시 중고로 팔면

금전적인 손해가 크지 않고 대여료 정도 냈다고 생각하면 되는 수준이니까요

 

Leica M-P typ240

그래서 한 유명 라이카 중고 취급점에서 M-P typ240을 구입해 사용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약 반 년 가량 M-P typ240 을 사용해보고 내린 결론은 '사용할만하다' 였습니다

그래서 이걸 좀 더 쓰다가 자금을 모아 신품으로 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신품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당시에 현재 기준으로(2019년 9월)

최신 M형 라이카인 M10-P가 갓 출시되어 있었습니다

모 라이카 스토어 직원분이 바로 이전 모델인 M10을 예상보다 많이 할인해주겠다고 꼬드겨서

M-P typ240을 다시 중고로 방출하고 거기에 약간 무리를 해서 M10을 구입해 현재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라이카는 판매가격을 매년 조금씩 올립니다

그래서 지금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신품을 구입하는 방법입니다

 

Leica M10, Siver Chrome

M10은 typ240 의 후속 모델인만큼 여러모로 변화가 있었습니다

센서 스펙이 향상되었고 파인더 배율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큰 변화로 꼽고 싶은 부분은 바로 두께입니다

라이카 측에서도 '가장 얇은 디지털 라이카' 라고 홍보하듯 라이카 필름바디와 비슷한 두께가 되었습니다

전작 대비 단 몇mm 차이지만 실제 손에 쥐었을 때 체감은 훨씬 얇게 느껴지고

거기에 따라 휴대시 체감되는 무게감에도 상당히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두 모델을 거치는 동안 마운트를 지킨 렌즈는 라이카의 Summicron 1:2/50mm 렌즈였습니다

 

Leica Summicron 1:2/50mm

라이카 M마운트는 기본적으로 단렌즈만을 사용하는 마운트입니다

줌렌즈 비슷한 렌즈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Tri-Elmar-M 16-18-21mm f/4.0) 다른 마운트 렌즈와 비교하면

초점거리 범위가 줌렌즈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고 광각렌즈입니다

대부분 라이카 사용자들은 1개 혹은 2개 렌즈 정도로 구성을 해서 사용하는 편인데

저는 후지필름을 사용할때도 35mm f/2 그러니까 135필름판형 환산 약 53mm 정도 되는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해서 라이카에서도 큰 고민없이 주미크론 50mm를 선택했습니다

 

주미크론은 조리개값이 2.0인 렌즈에 라이카가 붙이는 이름인데

f/1.4 에 붙는 Summilux와 함께 라이카를 대표하는 렌즈 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미크론 50mm는 예전에는 날카로운 해상력을 가진 성향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현재는 그렇게 엄청난 수준은 아닙니다

라이카에서 단가는 생각하지 않고 온갖 호화사양을 도배해서 내놓은 APO-Summicron 1:2/50mm 라는

렌즈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특별 라인 취급이니 제외를 하고 일반 주미크론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해상력이 높았을지라도 현재까지 과거 1970년대부터 내려온 설계로 만드는 렌즈라

광학적인 스펙으로만 보면 최신 설계로 만드는 현행 고급렌즈들에 비하면 손색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렌즈에 비해 조금 밀릴지언정 썩어도 준치라고 현재 기준으로 보아도 준수한 성능에

저렴한 가격(물론 라이카 렌즈 치고는...), 주미룩스보다 작은 부피와 가벼운 무게로 휴대하기 용이해

카메라를 거의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제 성향에 맞아서 선택을 했습니다

 

거기다 소프트웨어 보정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요즘 디지털 렌즈들과는 달리

광학적으로 거의 0에 가깝게 왜곡이 잘 억제되어 있고

 

구형 설계라 그런지 묘하게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배경흐림 스타일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요약하면 고전과 현대 사이에 있는 렌즈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Summarit 1:2.5/35mm 렌즈와 같이 사용한 적은 있었는데 35mm 렌즈 활용빈도가 떨어지고 해서

중고로 방출해 M10을 구입하는데 보탰습니다 (https://jeesus.tistory.com/199)

 

 

이렇게 라이카로 찍은 사진 중 일부를 올려보겠습니다

 

 

1. 인물사진

라이카 M은 인물사진을 찍는데 장점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DSLR 카메라 등에 렌즈를 물려 사람에게 들이대면 큼직한 덩치에 일단 긴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라이카는 예쁜 디자인과 크지 않은 부피로 그런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는 느낌입니다

친구나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진도 꽤 찍었고 결혼식 때도 투입을 해서 촬영을 했지만

인물사진은 얼굴이 노출되는 특성상 덥썩덥썩 올리기는 좀 힘든 사진입니다

노출이 최소화된 사진 혹은 대중매체에 공개된 사진이나

공개를 전제로 찍어서 문제 없는 사진을 추려서 올려보겠습니다

 

음악춘추 2020년 1월호에 실린 앙상블X

 

 

2. 풍경사진

50mm 라는 초점거리로 풍경을 찍는건 사람에 따라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풍경에 무조건 광각이 정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프레임 안에 모든 것을 다 담는다고 무조건 인상적인 사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든다면 아무리 초광각 렌즈를 가져온다 한들 부족하기만 할 것입니다

그래서 포인트가 되는 부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빼내는 식으로 많이 촬영해 보았습니다

여기는 주마릿 1:2.5/35mm 로 찍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Leica M-P, Summicron 1:2/50mm
Leica M-P, Summarit 1:2.5/35mm
Leica M-P, Summarit 1:2.5/35mm
Leica M-P, Summarit 1:2.5/35mm
Leica M-P, Summicron 1:2/50mm
Leica M-P, Summicron 1:2/50mm
Leica M-P, Summarit 1:2.5/35mm
Leica M-P, Summarit 1:2.5/35mm
Leica M10, Summicron 1:2/50mm
Leica M10, Summicron 1:2/50mm
Leica M10, Summicron 1:2/50mm
Leica M10 + Summicron 1:2/50mm
Leica M10 + Summicron 1:2/50mm

 

 

 

3. 동물사진

이전처럼 동네 길고양이도 꾸준히 찍었습니다

M형 라이카 특성상 타사 제품처럼 조리개 활짝 열어서 배경 빵빵 날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판에 박힌 것 같은 배경날림 사진보다 주변 조화와 프레임 구성에 더 신경을 쓰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4. 음식사진

라이카 M마운트용 렌즈 현행 제품의 경우 최소초점거리가 대부분 70cm이고 빈티지 렌즈들은 1m 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프레임 안을 가득 채우는 음식사진은 찍기 힘든 편입니다

하지만 최소초점거리가 70cm 인 현행 렌즈를 쓴다면 주변과 함께 전체적인 차림새를 담는 식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찍으면 오히려 프레임 안을 가득 채운 구도보다 인상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50mm 렌즈를 주마릿 대신 주미크론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음식사진입니다

 

 

 

 

5. 여행사진

사실 앞서 소개한 사진들 범주에 다 포함된 사진이기는 합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풍경, 음식, 인물 등 모두 찍게 됩니다

 

 

 

 

일부 사진장비 매니아들은 라이카 카메라를 '허세'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하고 돈값 못하는 카메라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라이카 유저들을 겉멋만 든 사람들로 매도하기도 합니다

라이카 카메라가 숫자상 성능으로만 본다면 가격 대비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행 라이카 디지털 바디를 살 가격이면 일본산 플래그쉽 카메라에 고급렌즈 1~2개 정도 장만할 돈이고

그럴 경우 강력한 바디 성능으로 훨씬 편하게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취미로 하는 사진, 찍고 싶은 카메라로 즐겁게 찍는게 정답 아니겠습니까?

라이카 카메라는 찍는 즐거움을 준다고 느꼈습니다

기존 카메라는 빠르게 표적을 따라가며 초점을 맞춰주고 거기에 맞춰 셔터만 누르면 되는 패턴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보다 '카메라'가 찍어주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라이카 M은 직접 초점링을 돌려 맞추고 프레임 라인에 담길 장면을 생각하며

더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면서 나 자신이 사진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물론 사진 자체도 준수하게 나오고요

 

라이카 카메라가 허세라면 취미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고급 카메라에 렌즈를 주르륵 장비하고 있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라이카를 사용한다고, 소위 말하는 그 '풀프레임'을 사용한다고 사진이 특별해 지는 것도 아닙니다

본인이 찍던 사진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때로는 불편한 점을 감수하기도 해야 합니다

없던 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사진에 느낌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라이카도 쓰다보면 결국 '라이카'가 아닌 '카메라'인 것입니다

 

 

이상으로 라이카 카메라 사용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