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서민적인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국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극에서도 "주모~ 여기 국밥 한그릇 주소." 하는 것은 클리셰고
조선 후기에 대한 역사 기록에도 국밥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현대에도 지역 특산물 등을 사용해 만든 국밥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할 때는 남들이 '남들이 다들 가니까 나도 가볼까?' 하고
적당히 떠나는 것보다 주제를 정해서 여행을 하는 편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제주도를 굉장히 많이 간다고 느꼈습니다
SNS에 여행 갔다고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제주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흔한 곳에는 흥미가 덜하기도 하고
나름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들를 겸 '국밥'을 주제로 전라도로 향했습니다
출발은 8월 1일이었고 7시 49분에 용산역에서 떠나는 열차였습니다
행신역에서부터 달려온 KTX-산천 열차는 시간맞춰 용산역으로 들어왔고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KTX-산천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광주송정역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슬금슬금 오기 시작했는데 남부지방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이날부터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려서 피해가 컸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니던 곳은 소나기가 잠깐 왔던 것을 제외하면
날씨가 흐리기만 할 뿐,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빵 한 쪽을 먹고 출발을 해서 일단 아침을 먹고 움직이기로 하고
광주송정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송정역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영명국밥
첫번째 국밥, 영명국밥의 모듬국밥(8,000원)입니다
순대국밥이지만 수도권에 순대국밥과는 생김새가 조금 다릅니다
수도권에 있는 대다수 순대국밥은 뿌연 육수에 당면순대,
혹은 이름 좀 있는 가게라면 피순대를 넣어줍니다
하지만 전라남도권 순대국밥은 돼지 막창으로 만든 일명 암뽕순대를 많이 넣어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우려낸 맑은 육수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영명국밥도 이렇게 전형적인 전라남도 순대국밥 스타일입니다
맑게 우려낸 육수에 막창순대, 그리고 각종 부속고기가 들어 있습니다
양이 꽤 푸짐한 편이고 적절하게 묵은 김치를 제공해 줍니다
개운한 맛에 아침용으로 꽤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정역시장에서 배를 채운 뒤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광주송정역에서
버스를 타고 다른 곳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점심시간이 되어 국밥을 먹으러 다시 이동을 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광역시'이지만
시골 농촌마을과 다를바 없는 지역이 많습니다
광주 사람들이 흔히 평동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속하는
명화동도 그런 지역 중 하나로 동네에 들어오는 버스 배차간격이 1시간이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곳에 유독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가게가 있습니다
애호박국밥을 하는 명화식육식당이라는 가게인데 도착하면
가게 카운터로 들어가 일단 저렇게 번호표를 받아야 합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에는 20번 즈음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려 먹은 두번째 국밥, 명화식당 애호박국밥(9,000원)입니다
강렬해 보이는 붉은색 국물과 푸짐하게 올라간 돼지고기, 애호박이 인상적입니다
밥은 토렴이 되어 아래 깔려 있습니다
맛을 보니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매운맛이 거의 없고
뒷맛이 굉장히 담백하게 떨어지면서 중독성이 느껴졌습니다
일반 조미료로는 낼 수 없는 뒷맛에 고기도 신선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식감이었습니다
이 외진 동네까지 사람들이 와서 먹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제가 국밥을 먹고 나올 때는 사람들이 60번대 번호표를 받고 있었습니다
애호박국밥을 먹고 나서는 다시 광주송정역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주로 가기 위해 광역버스를 탔습니다
이번 국밥여행 중에서 메인은 나주곰탕이었습니다
나주곰탕은 타 지역 곰탕과는 달라서 아예 '나주곰탕'이라고 별도로 부를 정도입니다
타지역 곰탕과는 달리 살코기로 맑게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데
나주곰탕거리에서 유명한 가게 3군데, 일명 3대 곰탕집을 먹어 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사실 나주곰탕거리에 있는 가게면 다들 일정 수준 이상 맛을 보여주고
본인 입맛 취향에 따라 갈리는 정도이지만 외지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안전하게 검증된 곳을 방문하는게 나을 것입니다
현재 나주시는 나주 구시가지와 일명 '혁신도시'라고 불리는 신시가지로 나뉩니다
전통적인 곰탕가게와 나주시에서 볼만한 곳은 거의 구시가지에 몰려 있는데
신시가지와 거리가 떨어져 있는 편이라 가실 때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나주 구시가지입니다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도시이고 그나마도 혁신도시 위주로 늘어난 인구라
구시가지 쪽은 한적한 편입니다
곰탕골목 초입입니다
대표적인 곰탕가게인 남평할매집과 노안집이 붙어 있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나주시 문화재 중 하나인 금성관과
그 앞에 곰탕집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하얀집이 있습니다
먹어볼 곳은 이 세군데였고 남평할매집 - 노안집 - 하얀집 순으로 먹기로 계획을 했습니다
세 가게는 도보 1분 내외 거리로 전부 붙어 있습니다
아직 저녁을 먹을 시간은 아니라 금성관과 주변을 돌아 보았습니다
금성관 옆에 북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주의 객사인 금성관
객사는 왕을 상징하는 물건인 궐패를 지방관이 왕의 지시에 따라
고을을 다스린다는 의미로 모셔두면서 중앙에서 오는 사신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전라도의 전라가 과거 전북지방 중심지였던 전주와
전남지역 중심이었던 나주에서 따온 것이라 과거 위세를 말해주듯 상당히 거대한 건물이었습니다
지금은 본건물과 문 정도만 남아 휑한 느낌이 있었지만요
금성관에서 나주천을 지나 10~15분정도 걸어가면 나주읍성 남문도 있습니다
나주읍성 남문인 남고문인데 2층 누각을 가진 꽤 큰 문이었습니다
다시 나주천을 지나 금성관 근처에서 나주배로 만든 에이드를 먹으며 목을 축였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나주곰탕, 남평할매집을 찾았습니다
세번째 국밥, 남평할매집 나주곰탕
맑은 국물에 고기와 고명이 올라가 있습니다
슥 들어올리면 푸짐한 건더기가 올라옵니다
적절하게 묵은 김치와 깍두기가 제공됩니다
나주곰탕거리에 가게에 국밥 메뉴는 대부분 두가지입니다
1. 곰탕, 2. 수육곰탕
곰탕은 기본메뉴이고 수육곰탕은 고기가 더 들어간 곰탕입니다
베이스는 동일하고 수육곰탕 쪽이 고기를 더 넣어주니 취향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2020년 제가 방문했을 때 기준으로 곰탕은 9,000원, 수육곰탕은 12,000원이었습니다
나주곰탕거리 가게들 거의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합니다
남평할매집은 제가 방문한 세 가게 중 육수가 묵직한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고기도 맛있고 양도 푸짐해서 즐겁게 먹었습니다
제가 나주에 잡은 숙소는 나주목사 내아, 금학헌이었습니다
과거 나주 지방관인 나주목사의 관사였던 곳인데
나주시에서 한옥체험 숙박시설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운영을 중지했다가
제가 나주에 가기 며칠 전인 7월 29일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나주 홈페이지, 혹은 전화 등을 통해 예약을 할 수 있고
나주곰탕거리 및 주요 관광시설 한가운데에 있어 위치는 아주 좋습니다
다만 18시 이전까지는 일반 관람객들도 들어와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
호텔처럼 물건을 자유롭게 놓아두고 다니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리고 전통 한옥이라 화장실과 세면장은 외부에 있어서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라 당연히 물 외에 음식물 취식은 제한됩니다
그렇더라도 방 안에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에어콘도 있고 냉장고에 각 방 인원수에 맞춰 생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세면장은 넓진 않지만 샴푸, 린스, 치약, 수건 등은 다 갖춰져 있습니다
관리하시는 직원 분이 콩기름을 이용해 도배를 했고 황토침구라면서 자랑을 하셨습니다
대청마루에는 큰 상도 펼쳐져 있고
영내화로 고무신이 제공됩니다
제가 이용한 곳은 인실입니다
유석증방, 김성일방이 여러명이 잘 수 있는 큰 공간이고
2인실로 인, 의 , 지실이 있습니다
인실은 조금 작은 대신 안채에 딸린 방이고 의실은 별채 쪽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실은 도로변에 접한 행랑채에 있는데
도로에 접한 대신 다른 2인용 방보다 큰 2칸 규모입니다
금학헌의 밤
호텔처럼 쾌적한 것은 아니지만 한옥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참 좋았습니다
소나기도 잠깐 와서 대청마루에 앉아 내리는 비를 보며 쉬고 있으니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제대로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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