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은 항상 기분이 복잡 미묘한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 더 즐기고 싶다는 서운함,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 그런 기분을 내는 것 같습니다
4박 5일로 예정한 시코쿠에서 마지막 날이 어김없이 밝았습니다
아직은 이른 오전 5시 30분 무렵, 호텔 객실 창밖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침 햇빛이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일찍 얼어난 이유는 다카마쓰에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고 싶어서,
그리고 마지막 우동을 즐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가케우동을 마지막으로 먹으면서 마무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우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미인 다카마쓰중앙공원앞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카가와 현청이 있습니다
그 부근에 오전 5시부터 문을 여는 우동가게였던 "우동 사카에다"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https://tabelog.com/kagawa/A3701/A370101/37000026/
하지만 전날 방문 전에 점검차 검색을 해봤는데
최근 리뉴얼을 하며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로 잡은 곳은 숙소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手打十段 うどんバカ一代(테우치쥬단 우동 바카이치다이, 수타십단 우동 바보일대)" 입니다
https://tabelog.com/kagawa/A3701/A370101/37000242/
2일차에 만났던 우동택시기사님인 마에타니씨가 맛있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아침 6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먹고 나갈 수도 있어서 선택을 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 타베로그 평점 카가와현 내 랭킹 12위, 다카마쓰시 내에서는 2위였습니다
숙소를 나선 시간은 오전 5시 45분경이었습니다
이른시간이라 거리가 조용했습니다
상점가에는 요시노야와 도토루커피 등이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는 길에 골목에서 본 한국식 주점 '남대문시장' 입니다
이런 곳이 있을 줄 알았으면 지난 밤에 어떤 곳인지 들러라도 보는 것이었는데요...
나중에 구글 지도로 찾아봤는데 평점이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구글 지도에 첨부되어 있는 실내 사진에 무려 김치냉장고까지
갖춰 놓은 것으로 보아 제대로 하는 가게일 확률이 높아 보였습니다
https://goo.gl/maps/cTkU654SvdeZK8fT7
가와라마치역 근처 철길 건널목 근처에 세워져 있는 고토덴 열차
건널목을 지나 한적한 주택가를 걸었습니다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한여름이어서인지 벌써 더웠습니다
인적없던 주택가 사이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줄서있는 가게가 나타났습니다
테우치쥬단 우동 바카이치다이
벌써 입장을 시작해서 이미 우동을 받아 먹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연중무휴, 단, 1월 1일은 쉼
영업시간이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입장하면 놓여 있는 쟁반을 들고 원하는 우동을 주문해 받은 후
튀김을 담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가게의 간판메뉴는 가장 오른쪽에 가마바타(버터)우동입니다
당연히 가마버터우동으로 했습니다
버터와 통후추가 올라간 뜨끈한 면에 제공된 날달걀을 깨서 넣고
쯔유를 적당히 뿌려 비벼먹는 우동입니다
원래 버터 한덩어리가 면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면이 뜨거워서 테이블로 가지고 오는 동안 녹아서 면 사이로 스며든 모습입니다
짤막하게 표현하자면 '우동계의 까르보나라' 입니다
실제 재료부터 까르보나라와 비슷한 구성이라 흡사한 맛이 납니다
거기다 면부터 이렇게 먹는 것을 고려해서 만든 것처럼 굉장히 잘어울리는 식감이었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목으로 매끄럽게 훌렁 넘어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수 있는 독특한 우동이지만
실력있는 가게이고, 마에타니씨기 괜히 추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면서
카가와에서 마지막 우동을 먹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나오는 조식도 아까우니까 바로 먹었습니다
선우동을 한 다음이라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도미인의 조식은 맛있기로 꽤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공항버스를 타러 가야할 시간입니다
객실을 나서면서 복도에 난 창밖으로 보이는 다카마쓰 시내가 문득 예뻐보였습니다
시간을 하루만 더 잡아볼걸 그랬을까요? 그러면 우동 몇그릇을 더 먹을 수도 있을텐데요
출근을 하는 다카마쓰 사람들을 보며 저는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다카마쓰 공항버스는 평소에는 띄엄띄엄 오다가 탑승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에는
3분 정도 간격으로 집중 배차가 되기 때문에 만석이라 타지 못했다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금방 다음 버스가 오고 그 버스는 텅텅 빈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체크인 및 위탁수하물을 맡기고 출국 게이트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 공항을 둘러보았습니다
큰 공항은 아니라 볼거리는 많지 않습니다
라멘집과 우동집, 편의점, 그리고 지역 특산품 가게 등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는 머릿속에 뇌 대신에 우동사리 같은게 들어 있는 '우동뇌' 캐릭터
그리고 공항 편의점에서는 독특한 과자를 팝니다
우동현의 우동풍미 카라멜... 카라멜에까지 우동다시를 넣어서 팔고 있습니다
'미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괴식은 아니고 맛은 괜찮았습니다
혹시 생산지가 어디인가 살펴도 보았는데 후쿠시마쪽도 아니고 카가와현 내 생산이었습니다
기념품으로 몇개 사가서 한국 지인들에게 맛보여줬는데
처음에는 다들 우동 카라멜이라고 하면 놀라다가 먹어보고는 "어? 괜찮은데?"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옆에 있는건 옆동네인 에히메현의 특산품 귤 카라멜입니다
다시 공항을 둘러보는데 쿠오코(공항)다시... 그러니까 우동국물이 있다는 팻말을 보았습니다
찬 국물, 따뜻한 국물.. 골고루 있네요
냉우동국물은 국내선 게이트 옆쪽에 수레모양으로 있었습니다
이건 따뜻한 국물... 편의점 옆쪽 골목 창가에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방식입니다
우동국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라 보기는 좀 그렇지만 맛은 좋은 편입니다
카가와현 내 이름있는 우동 체인인 사누키멘교(사누키면업)에서 육수를 받아 제공한다고 하고
일본 사람들도 "오이시이~" 하면서 받아 마셨습니다
여기에 손을 씻으면 맛있는 손이 되겠네요
여기가 다카마쓰공항의 국제선 게이트입니다
취항지역이 몇군데 되지 않아 달랑 저 작은 게이트 하나이고 각 항공편 출발 1시간 30분 전에 엽니다
오히려 국내선 게이트가 훨씬 컸습니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입니다
몇 번을 강조했지만 작은 공항이라 출국장에 일찍 들어간다고 해도 딱히 할게 없습니다
화장실, 충전용 콘센트, 면세점, 대기용 의자... 끝입니다
바깥에서 우동을 먹던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천천히 들어오는게 나아요
면세점도 저렇게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입니다
그래도 로이스 초콜렛 등 사갈만한 물건은 좀 있습니다
저는 다카마쓰에는 처음 와봐서 그걸 모르고 일찍 들어갔다가
열리지 않는 탑승구를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11시 05분에 다카마쓰에서 출발하는 에어서울 RS742
이렇게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며 우동 때문에 시작한 4박 5일간 시코쿠 여행이 끝났습니다
한일관계가 평범했던 시기에 계획을 해서, 예약을 했고
수수료와 휴가일정 변경이 힘든 것 때문에 한일관계가 나빠진 시기에 출발을 해
일본에 머무는 중간에 더욱 나빠졌습니다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정치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면요리와 역사, 고양이를 좋아하는만큼 음식과 볼거리에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정겨운 인상을 남긴 곳이었고 미처 먹지 못한 우동 때문에 다시 오고 싶기도 한 곳이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년? 어쩌면 앞으로 올 일이 없을지도요
이렇게 2019년 여름, 시코쿠 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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