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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만단테 C40 mk4 커피 그라인더 사용기

지수스 2022. 11. 13. 13:02

제가 드립커피를 제대로 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즈음이었습니다

당시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 체인점도 나름 고급으로 인식되고 있었고

손으로 내리는 커피를 제대로 하는 곳은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처럼 스페셜티 커피 시장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고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삼청동 정독도서관 맞은 편에 드립커피를 하던 가게가 있었고,

그곳에서 케냐AA를 마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는 커피관련 정보가 지금처럼 넘쳐나던 때도 아니었고

커피를 제대로 하려면 학원 등지에서 따로 배우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내려 먹는다거나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약간의 조사를 통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산지별 원두 특성 정도는 파악하고,

커피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는 척 조금 할 수 있는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릐고 드립커피를 내세우는 가게에 가면 즐기는 정도로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일본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친구가 원두를 한 봉 보내주었습니다

현재 한국 스타벅스는 이마트에서 70%가 조금 안되는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30% 조금 넘는 정도 지분을 싱가포르 자본이 가지고 있는

SCK컴퍼니라는 회사에서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로열티를 주며 영업을 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일본 스타벅스는 미국 본사에서 100% 지분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쿄 나카메구로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라는 독특한 형태 매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 리저브 매장에 대규모 로스팅 시설을 갖추고

그곳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는 형태 매장인데

일반 리저브보다 윗단계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로스팅한 도쿄 로스트 원두를 맛보라고 보내준 것입니다

 

처음 받은 원두는 동네 스타벅스 매장에서 분쇄해 달라고 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추출도구는 프렌치프레스

 

 

단순하지만 원두가 가진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추출방식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원두 품질과 상태에 많이 좌우되고

원두를 미리 갈아서 먹다보니 풍미가 급속하게 떨어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커피 그라인더입니다

원두를 분쇄해 보관하면 향이 급속도로 빠져 나가지만

갈지 않은 채로 보관하면 분쇄두보다 훨씬 오래 보존이 되는 편입니다

 

커피 그라인더 구동방식은 크게 전동과 수동이 있습니다

전동은 전기모터를 이용해 구동하는 방식이고

수동은 직접 팔 힘으로 원두를 가는 방식입니다

당연하게도 편의성은 전동이 앞서지만 수동 그라인더도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저는 수동 그라인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수동 그라인더, 그러니까 핸드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지보수 용이성이 장점입니다

동 가격대 제품끼리 비교할 경우 전동 대비 만듦새와 분쇄 품질이 우수하고

30~50만원선이면 최상위 수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덩치 때문에 한자리 차지하는 전동 그라인더와는 다르게

부피도 작고 분해 청소 후 조립 및 정렬도 간편합니다

하루에 커피를 여러 잔 내려야 하거나 에스프레소를 위해 가늘게 갈아야 한다면

당연히 전동 그라인더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드립, 혹은 프렌치프레스로 하루에 한 잔,

많아야 두 잔 정도를 마시는 정도라 전동 그라인더보다는 핸드밀 쪽 장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선택한 것이 코만단테 C40 이었고

처음에는 오래 보존되는 커피향에 만족하며 프렌치프레스로 내려 먹었습니다

그러다 다른 쪽에도 점점 눈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용이한 접근성 때문에 구입하던 스타벅스 원두가

국내 로스터리에서 볶아 빠르게 배송해주는 신선한 원두로 바뀌고

프렌치프레스 외에 다른 추출 방식에도 눈이 가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좀 마셔본 분은 아시겠지만

스타벅스 원두는 일관성이 미덕인 대형 체인점이라는 특성상

각 원두 개성을 죽이는 강한 로스팅을 지향하고 있고

국내 들어오는 원두의 경우 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이라 신선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또한 에스프레소가 아닌 일반 드립커피를 위한 추출 도구는

저렴하다는 점이 드립커피에 발을 들이는데 한 몫 했습니다

물론 온도조절이 되는 전기드립포트나 브루잉 저울 같은 경우도 고급으로 가면

의외로 비싸지긴 하지만 그래봤자 전기포트와 저울이라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하면 훨씬 저렴합니다

 

 

펠로우 EKG 전기드립포트
아카이아 브루잉 스케일

코만단테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외관입니다

적절한 크기, 예쁜 디자인과 도색이 눈에 띄었습니다

키누, 리도 등 코만단테와 비교되면서 성능이나 만듦새도 앞서는 제품은 있습니다

또한 1Zpresso 등 가성비 면에서 앞서는 물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라인더는 크고 투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코만단테는 나무 소재 외장재를 사용한다거나 여러 색상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건 개인 사용자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또한 분해청소와 재조립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그라인더 청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경우는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원두 종류가 바뀔 때 버(Burr)를 분해해서 청소를 합니다

관리가 편한 것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코만단테의 코니컬 버(Burr)

마지막으로 원두 잔량도 적게 남습니다

그라인더에 따라 투입한 원두와 갈려 나오는 원두의 잔량 차이가 큰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코만단테를 사용하며 경험한 바로는 이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코만단테 C40이 장점만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일단 분쇄도 조절 방식이 다소 구세대적입니다

요즘 나오는 핸드밀은 대체로 외부에서 다이얼을 돌려 분쇄도를 조정하며

그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편인데

코만단테는 버 아래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하고 분쇄도 수치를 기억에 의지해야 합니다

여러가지 추출 방식을 번갈아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큰 단점입니다

그외에 의외로 좀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 비중이나

실사용에 큰 지장은 없다지만 깔끔하지는 않은 버 마감상태 등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제 경우는 다행히 큰 흠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만..

 

 

코만단테는 뒷말이 많은 제품입니다

지금은 그 기세가 꺾였지만 얼마 전까지는 국내 공식 판매처인 카페솔루션에서

구입 경쟁이 치열했고 웃돈을 주고 팔릴 정도였습니다

또한 코만단테를 지나치게 찬양하는 극성 팬들도 꽤 보였고

거기에 대한 반감으로 코만단테 그라인더를 깎아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만단테는 좋은 그라인더라고 생각합니다

코만단테가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계기가

국제 바리스타 대회에서 코만단테를 사용해 우승을 한 것인 만큼

성능 자체는 충분히 입증이 된 제품입니다

만듦새도 최고는 아니지만 준수한 편이고

국내 수입사의 가격정책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착합니다

다만, 일부 극성 팬들이 그러는 것처럼 종결자인 제품이 아닐 뿐입니다

그저 여러 좋은 커피 그라인더 중 하나인 제품이죠

 

코만단테로 간 원두, 26클릭

인스턴트 커피나 캡슐 커피 등을 제외하고 집에서 원두를 갈아 마시는데

매니아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필수도구가 바로 커피 그라인더입니다

저 역시 커피 그라인더를 들이면서 커피 생활이 풍족해졌고

커피를 즐기는 시야 역시 넓어지게 된 느낌입니다

 

 

집에서 가볍게 드립커피를 즐기려는 생각이 있다면

꼭 코만단테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핸드밀로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