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여행을 기획했던 때는 약 7개월 전이었습니다.
시코쿠, 특히 카가와현에 가보겠다고 대략적인 목표를 세운 것은 그 이전이었지만
계획이 구체화되어 항공권을 예약한 것은 1월, 숙소 및 제반 사항을 준비한 것은 5월이었습니다.
하지만 7월,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를 필두로 한 일본 자민당 정권은 대한민국에
경제적으로 시비를 걸었고, 일본에 대한 감정은 많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일본으로 떠난다는 것은 사실 주저되는 일입니다.
실제 일본여행을 생각중인 분들 중 상당수가 계획을 변경하신 듯 하고
이미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분들도 계신 듯 했습니다.
특히 상당한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취소 수수료를 부담할만한 배짱은 부족했고
갑작스럽게 휴가 일정을 변경하기에는 직장 사정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8월 1일, 예정대로 일본 시코쿠의 카가와현과 고치현에 다녀왔습니다.
이왕 다녀온거 기록은 한 번 남겨 보아야죠.
시코쿠라는 지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체로 생소한 지역일 것입니다
수도권인 도쿄 일대와 오사카, 쿄토를 포함하는 관서지역이 있는 혼슈
여름에도 서늘한 기온을 보이며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기를 끈 홋카이도
가까운 거리와 화산 지형에 온천을 가진 큐슈 등에다가
아열대 기후를 보이는 남쪽 섬인 오키나와 정도가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고
시코쿠는 그곳이 어디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시코쿠가 산지도 많고 정령지정도시 하나 없는 등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된 것은 사실인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지역을 찾게된 것은 '우동' 때문이었습니다
경상북도보다 조금 작은 크기인 이 섬에는 4개 현이 있습니다
카가와, 에히메, 도쿠시마 고치.
이 중 카가와현 일대 옛 지명이 바로 '사누키'였고 '사누키 우동'이 바로 이 지역 우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면요리를 좋아하는 제가 종종 찾는 우동집에 이렇게 예전부터 카가와현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이를 통해 카가와현 존재는 인지하고,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카가와현의 사누키 우동을 포함한 일본의 3대 우동 - 카가와 사누키 우동,
아키타 이나니와 우동, 군마 미즈사와 우동 - 투어를 한 것을 보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불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획을 하게 되었죠.
제가 중점을 둔 목표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우동, 고건축물, 고양이섬.
기본적으로는 우동 때문에 계획을 했지만 이왕 가는거 우동만으로 일정을 채울 수는 없겠죠.
그래서 주변에 볼만한 명소까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보게된 곳이 고양이섬이라는 오기지마,
그리고 현존 12천수 중 몇개가 시코쿠에 있다는 정보였습니다..
사실 일본 성들은 건물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현대에 새로 지은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오사카성 천수각이 60년대에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서
내부에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완벽한 현대 건물입니다.
외관 고증도 영 좋지 못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 전국시대 양식(상부 어두운 색 부분)과
에도막부시대 양식(하부 하얀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제대로된 성 취급을 안하고
일종의 테마파크 비슷하게 취급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과거 천수각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이 12군데가 있는데
일본에서 이를 '현존 12천수' 라고 부릅니다
마침 모 역사학자 분에게서 들은 한국의 성과 일본 성의 구조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겨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현존 12천수 중 두군데, 마루가메성과 고치성을 일정에 넣었습니다
여름이 제철이라는 고치 특산물 가츠오타다키와 일본술도 맛보기도 하고요.
목표가 정해지자 일정을 짜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동선과 시간에 맞춰 방문 순서만 정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거기에 맞춰 교통패스와 숙소 등을 예약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온 일정은
1일차 : 마루가메성
2일차 : 우동택시투어, 고토히라 신사, 고치시 이동
3일차 : 고치시 주변 및 고치성 관람, 다카마쓰 귀환
4일차 : 리쓰린 공원, 고양이섬 오기지마
5일차 : 귀환
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정 소화를 위한 준비를 틈틈히 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에서 카가와현으로 가는 직항편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이 유일합니다.
하루 한 편씩 있어서 시간대를 고를 것도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올 시코쿠 레일패스.
일본 철도회사인 JR시코쿠 노선을 포함해 다카마쓰시에서 서울 지하철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다카마쓰고토히라 전기철도(약칭 코토덴), 고치시 일대에서 토사덴이 운영하는 노면전차 등
시코쿠 내에서 레일 위에 굴러다니는건 거의 대부분 탈 수 있는 패스입니다
저처럼 대중교통+도보를 이용해 다니려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물건입니다
그리고 카가와현 연락사무소에서 카가와현 여행자들에게 배포하는 카가와현 쿠폰북.
카가와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신청을 받아 일정 조건을 갖춘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주는 쿠폰북인데 공항 리무진버스 왕복권, 리쓰린공원 무료 입장권 등이 있어
소소하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한국인들에게만 뿌리는 물건이라 카가와현이 한국인들을 꽤 신경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코쿠 여행의 메인 타겟, 우동집을 가기 위한 준비도 했습니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는 우동가게를 방문하기 위해 우동택시 예약도 했습니다.
카가와현 중심도시인 다카마쓰 시내에도 좋은 우동가게들이 있지만
오래되고 이름있는 우동가게 중 많은 곳이 시 외곽 한적한 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물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못 갈 곳은 아니지만
1~2시간에 한대꼴로 오는 시골버스(일본에서는 커뮤니티 버스라고 부릅니다)를 탄다거나
간이역 수준 기차역에서 내려 30분 가량을 걸어야 하는 등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간 절약을 위해 카가와현에서 관광상품으로 나온 우동택시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양식에 따라 우동택시를 예약하면 이런식으로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답신이 옵니다.
그리고 이용 하루 전에 내용을 환기시키는 메일이 다시 옵니다.
이런식으로 준비를 하고 8월 1일,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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