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동 때문에 떠난 일본 시코쿠 여행기 - 2일차, 8월 2일 우동택시, 고토히라 신사 그리고 고치시

지수스 2019. 8. 18. 23:15

저는 여행을 갈 때 '그냥 한 번 가볼까?' 하기보다는 무언가 목적을 세우고 가는 편입니다

'이걸 하러 가자!' 하고 주된 목표를 먼저 결정하고 그 주변에서 나머지 일정을 채우는 식입니다

이번 여행의 경우 우동이 주요 목적이었고 둘째날은 이 주요 목적을 위해 오전시간을 할당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카가와현은 우동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편의점보다 우동가게가 더 많다는 비공식 조사가 있을 정도로 우동가게가 많고

그 중 전국구급 명성을 가진 가게도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오래되고, 유명한 우동가게들은 시 외곽,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간다고 해도 못 갈 것은 아니지만

한두시간에 한대 꼴로 있는 시골버스를 탄다거나

간이역 수준 기차역에서 내려 2-30분 가량을 걷는다거나 해야 합니다

이런 우동집을 가는 다른 방법으로는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관광용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카가와현이 우동을 워낙 밀어주는 곳이라 우동관광을 위한 교통수단을 마련해 두었는데

우동버스와 우동택시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우동버스는 정해진 출발시간에 사전에 정해진 일정대로 따라가야만 하는데

대부분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지고 규모도 있는 우동가게로 돌게 됩니다

대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동택시는 탑승자가 자유롭게 방문할 우동가게를 정할 수 있고

예약한 시간 내에서는 머무는 시간도 유동적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대신 우동버스보다 비용이 높습니다

 

우동택시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시험을 봐서 우동택시 영업 자격을 준다고 합니다

우동의 종류, 역사, 제조법 등에다가 현 내 주요 우동가게 메뉴,

거기에 우동을 만드는 실기시험까지 보아야 한다고 하니 우동에는 박식한 분들인 셈입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동택시 코스를 짤 수 있습니다

우동택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유명 가게들 중에서 선택을 해도 되고

미리 정하지 않고 우동택시 기사님을 만나

"가마타마우동을 좋아하는데 어떤 가게가 좋을까요?" 하는 식으로 물어서 추천 받아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선택장애를 가진 분들은 "기사님 마음대로 추천해 주세요" 해서

우동가게에 방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특정 우동가게를 직접 지정을 할 수도 있고요

 

저는 방문 해보고 싶은 우동가게가 있었고 그 가게 교통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조금 여유롭게 맛을 보며 시간을 활용하고 싶어 우동택시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우동택시를 예약한 시간은 오전 9시, JR고토히라역에서 탑승하기로 했습니다

JR고토히라역에서 출발하기로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표로 한 우동가게와 가까운 거리

2. 우동투어 후 고토히라신사를 바로 방문할 수 있음

3. 올 시코쿠 레일패스를 이용해 다음 여행지인 고치로 넘어가기 용이함

 

 

둘째날 일정은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은 후 여행가방을 끌고 고토덴 가와라마치역으로 향했습니다

우동집을 연달아 방문할 예정이라 맛만 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도미인 다카마쓰중앙공원앞 지점에서 가와라마치역으로 가다보니

한국음식점이 눈에 띄어서 찍어 보았습니다

이름은 '마당'

 

 

가와라마치역에서 고토덴을 이용해 고토덴고토히라역까지는 가는데는 약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대략 30분마다 열차가 있는데 제가 타려는 것은 오전 7시 35분에 오는 열차

 

 

시간이 되자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열차는 시간을 거의 칼같이 지키는 편입니다

덕분에 동선만 잘 짜면 시간낭비 하는 일이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역을 지나 점점 달릴수록 논밭이 많이 보였고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심지어 상하행선이 승강장 하나를 같이 쓰는 간이역 수준 역도 중간중간 있었습니다

덜컹대는 고토덴을 타고 달린지 약 1시간, 종점인 고토덴고토히라역에 도착했습니다

 

 

종점역이라 그런지 나름 건물을 갖추고 코인락커 등 편의시설도 있었습니다

JR고토히라역은 고토덴고토히라역에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돌아 약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JR고토히라역이 보입니다

 

 

JR고토히라역에는 코인락커와 편의점 등이 있습니다

끌고온 여행가방을 코인락커에 넣은 후 고치행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역 앞 주차장에 차를 청소하고 계시던 분이 보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우동택시가 붙은 택시는 저 차 한대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가서 인사를 하고 제 이름으로 예약된 차인지 확인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 성함은 '마에타니 세이지' 씨,

차를 타고 첫번째 우동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에타니씨는 외국에서 온 사람이 구체적인 우동가게를 지목해서

코스를 결정해 놓은 것이 신기하셨나봅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묻길래 일본 맛집 사이트인 타베로그와 구글지도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카가와현이라는 마이너한 동네까지 오게된 이야기나

서울에 있는 우동가게, 카가와현에 다른 추천할만한 가게 등

서툰 일본어 실력을 동원해 대화를 하면서 10분을 조금 넘게 달렸을까요?

첫번째 우동가게인 스자키식료품점에 도착을 했습니다

 

https://tabelog.com/kagawa/A3703/A370303/37000143/

 

須崎食料品店 (三豊市その他/うどん)

★★★★☆4.00 ■予算(夜):~¥999

tabelog.com

 

스자키식료품점은 말 그대로 시골동네에 있는 식료품 가게입니다

이 식료품점 한 켠에서 우동을 파는데 어느샌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게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 기준으로 타베로그 평점 4.00, 카가와현 내 음식점 중 2위입니다

영업시간은 9시부터, 영업종료는 면이 다 떨어질때까지.

마에타니씨 말에 따르면 대부분 점심시간이 될 때 즈음이면 영업을 종료한다고 합니다

그걸 증명하듯 이미 우동그릇을 하나씩 든 사람들이 가게 주변에 앉아 아침 우동을 먹고 있었습니다

 

 

메뉴는 단순합니다

우동 단 하나인데 주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동의 크기(대/소), 그리고 따뜻한면/차가운면을 입니다

가격은 소 기준으로 200엔

마에타니씨가 같이 따라 들어와 설명을 해주며 주문 방법도 알려주고 토핑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주문한 면이 나오면 옆에 있는 파와 생강, 쯔유, 달걀 등으로 셀프 토핑을 한 후

젓가락을 들고 나가서 먹으면 됩니다

계산은 주문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릇을 반납할 때 하면 됩니다

 

 

스자키 식료품점 우동

저는 작은 크기, 따뜻한 면(200엔)에 날달걀(30엔)을 깨서 넣었습니다

스자키식료품점에서 정식으로 붙인 메뉴 이름은 없지만 사실상 가마타마우동 전문점입니다

가게 안쪽에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조금 있지만 비좁기 때문에

대부분 바깥에 들고 나가서 먹게 됩니다

 

휘휘 섞어 후루룩 넘겨 보았는데 이 가격에 이런 맛이 나오는게 놀라웠습니다

면은 일단 굵은 편인데 지나치게 단단하지도 않고 적당한 탄성에 매끄럽게 넘어가는게 참 훌륭했습니다

거기다 저 단순해보이는 쯔유 맛도 중독성을 더해주었고요

면, 쯔유, 달걀, 생강, 파... 재료 수도 얼마 안되고 단순한 조합인데 괜히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곳이 아니었나봅니다

 

 

한그릇 더 먹을까 잠시 고민도 했는데 남은 일정도 있으니

이 우동을 맛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다음 우동가게를 향했습니다

택시에 오르나 마에타니씨가 우동이 어땠냐고 물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하고 답해주자 매우 좋아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원래 자국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칭찬을 해주면 좋아하면서 더욱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카가와현 사람들은 우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니 우동 칭찬을 해주어야지요

 

 

스자키식료품점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있는 다음 가게는 미요시우동이었습니다

 

https://tabelog.com/kagawa/A3703/A370303/37008190/

 

三好うどん (比地大/うどん)

★★★☆☆3.90 ■予算(夜):~¥999

tabelog.com

 

부부가 하는 자그마한 우동가게인 이곳도 제가 글을 쓸 때 기준, 타베로그 평점 3.9로

카가와현 내 10위, 우동가게로만 하면 9위(3위 가게가 스시집)으로 순위권 가게입니다

 

 

미요시우동 외관입니다

손으로 직접 꾸민 것으로 보이는 간판이 인상적입니다

 

 

여기는 메뉴가 다양합니다

와카메, 유다메, 자루, 가마아게, 가케우동 등 기본적인 메뉴가 오른편에 있었고

 

 

고급형 메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왼편에 손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 가게에서 간판급이라고 할 수 있는 메뉴는 토리텐 붓카케 우동입니다

 

 

첫번째 우동가게인 스자키식료품점과는 달리 예쁘장하게 꾸며져 있고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이 날에 온 첫 손님이었는데 가게 주인 내외 분들이 첫 손님이 외국인,

그것도 우동택시를 타고 온 것이 신기했나봅니다

이 가게에 우동택시가 온 것이 흔치 않은 일인지 여주인 분은 나가서 우동택시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나중에 보니 인스타그램에 올리셨더군요

 

 

마에타니씨도 이 가게를 온 것은 처음이었나봅니다

본인도 같이 먹어본다면서 니쿠 가마타마 우동을 주문해서 드셨습니다

마에타니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먹은 간판메뉴 토리텐 붓카케 우동 소 + 에비(새우)와 치쿠와(우동) 튀김

튀김은 잘 튀겼지만 엄청나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면은 냉우동 계열이라 그런지 쫄깃함이 강조되어 씹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거기에 레몬을 뿌려서 올라오는 상큼함이 더해져서 입맛도 돋구어 주었습니다

 

 

미요시우동에서 튀김까지 같이 맛있게 먹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우동택시의 종착지인 JR고토히라역으로 향했습니다

마에타니씨도 미요시우동 인상이 꽤 좋았다면서 미요시우동의 니쿠 가마타마 우동이

자신이 먹어본 붓카케 우동 중 최상위권 쪽에 들어간다면서 칭찬을 했습니다

 

이렇게 우동 순회가 끝나고 JR고토히라역에서 마에타니씨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토히라 신사에 가느냐, 바로 고치로 넘어가느냐...

날씨만 덥지 않았다면 고민없이 고토히라 신사로 향했겠지만

전날 마루가메성에서 뜨거웠던 기억이 이런 고민에 빠지게 했습니다

고토히라역에서 고민을 하던 저는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거, 보고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고토히라 신사, 혹은 고토히라궁.

콘피라상이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린다고 하는데 안내판에도 이미 콘피라상이라고 써있었습니다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신사라고 하고 여기가 본점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카가와에서도 꽤나 유명한 신사고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

콘피라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햇빛 때문이었을까요?

 

 

콘피라상으로 가는 입구 쪽으로 가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동의 고장답게 이곳에도 우동가게와 상점가가 있었습니다

카가와에 사는 친구 말에 따르면 이쪽 상점가 내 우동은 비싸기도 하고 맛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주차요금도 비싸다고 하고요

좌측이 나카노 우동학교도 있는데 우동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다만 맛보다는 '체험한다' 는데 의미가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올라가는 중간에 킨료라는 양조장이 있는데 유자술이 참 괜찮습니다

 

 

뇌가 우동사리인 카가와현 우동캐릭터 '우동뇌'...

 

 

신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계단 양 옆으로는 상점들이 있었습니다

 

 

올라가다보니 안내판이 나왔습니다

본궁까지는 꽤 올라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안내판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대문이 나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고토히라정(町) 모습도 보입니다

 

 

가는 중간에는 손을 씻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먹으라고 놔둔 물이 아니니 주의!

 

 

계속해서 계단이 이어졌습니다

웃는 얼굴로 행복하게 콘피라상! 이라고 써있지만 더운 날씨에 땀이 주륵주륵 흘렀습니다

 

 

콘피라 이누(개) 라는군요

예전에 사람이 직접 참배할 수 없는 경우 개한테 대신 시켰다... 이런 내용인 것 같았습니다

 

 

계단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그늘이 있어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큰 건물. 하지만 여기가 본궁은 아닙니다

안내판에 '욱사' 라고 써있었던 건물입니다

 

 

안내판을 따라 계속해서 가니 마지막 계단이 나오고 본궁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타난 본궁입니다

바쁘게 올라온 것은 아니고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들르면서 천천히 올라왔는데

계단이 시작되는 곳 부근부터 약 40분정도 걸렸습니다

 

 

본궁 근처에서는 이렇게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장소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헤이즈가 조금 끼어 있어서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일본 전통종교인 신토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건물을 지은 모양과 분위기만 보고

고치행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아무래도 올라가는 것보다 수월했습니다

 

 

계단 중간에 있는 카페+레스토랑 카미츠바키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의 계열사인 시세이도 팔러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긴자의 약국에서 시작한 시세이도가 약국 내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소다수를 제공해

인기를 얻은 것을 계기로 서양식 카페를 만들었고 거기서 발전해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는데

거기서 생긴 계열사로 그 지점 중 한군데입니다

시간이 있었다면 파르페라도 먹으면서 몸을 식히고 싶었지만

고치행 열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통과했습니다

 

 

다시 도착한 JR고토히라역

편의점에서 물도 사서 마시고 코인락커에 넣어놓은 여행가방도 꺼내 승강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치행 13시 03분 특급 난푸(남풍)9호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난푸는 혼슈에 오카야마역에서부터 고치까지 달리는 열차입니다

 

 

올 시코쿠 레일패스를 사용하면 기본적으로 자유석에만 앉을 수 있습니다

하얀 시트커버가 자유석이고 파란 커버가 지정석인데 들어가서 자유석에 빈자리가 있을 경우

앉으면 그 자리가 자기 자리가 되는 방식입니다

자유석에 앉아 있으면 PDA를 든 열차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는데 그때 레일패스를 보여주면 됩니다

승무원이 하는 질문은 "어디까지 가시나요?" 입니다

"고치마데 데스" 하니까 승무원이 잘 못 알아 들어서 여러번 답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알고보니 한글로 고치라고 표기하지만 실제 발음은 '코-치'에 가까웠습니다

나중에 고치역에서 내려 아래 써있는 글자로 알게된 사실이었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자리를 지정 받고 기차는 시코쿠를 가로질러 고치로 향했습니다

 

 

고치로 가는 길은 아와이케다역과 오보케역 사이 협곡 풍경이 꽤 볼만 했습니다

고치행 기준으로 대체로 왼쪽 자리가 좋은 풍경이 많이 나옵니다

 

 

가는 중간에 산 속에 있는 역에서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혹시 고치시에 비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지나는 비였습니다

 

 

 

그리고 오보케역을 지나면 대체로 심심한 풍경이 펼쳐지다가 슬슬 건물들이 많아집니다

그러면 고치역이 가까워진다는 뜻입니다

이름부터 도사야마다역이네요

 

 

그러다 나타난 고멘역

일본어로 "미안~" 이라는 뜻인데 일본 사람들도 역 이름이 재미있는지

낄낄대며 차장 밖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인구수 약 30만여명의 도시인 고치시의 고치역입니다

특급 난푸는 여기가 종점이라 사람들이 전부 내렸습니다

 

 

이곳 고치는 호빵맨(일본어로는 앙팡만, 그러니까 단팥빵맨) 작가인 야나세 타카시씨가 자란 곳이라

호빵맨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승강장에서 내려와서 보이는 쓰레기통에도 호빵맨 랩핑이 되어 있고

심지어 열차진입 알림음도 호빵맨 주제곡이었습니다

 

 

고치역 남측 출입구를 보면 노면전차역이 보였습니다

고치현 일대에 교통회사인 토사덴에서 운영하는 대중교통인데

올 시코쿠 레일패스 사용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동하기 전 남측 출입구로 나와 오른쪽에 있는 건물에 들렀습니다

 

 

도사테라스라는 고치현 관광안내소입니다

고치현 일대 옛 지명이 '도사' 여서 저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투견으로 유명한 도사견이 바로 이 동네 출신 품종입니다

 

 

이곳에서 내일 고치 주변 관광지 이동을 위해 마이유버스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마이유버스 성수기 첫 차는 오전 8시부터 있는데 도사테라스는 9시부터 운영을 하니

일찍 움직일 예정이라면 미리 티켓을 구입해 두어야 합니다

1일권 가격 정가는 1000엔이지만 여권을 제시하면 500엔으로 할인해줍니다

 

 

토사덴 노면전차를 타고 숙소에서 가까운 하리마야바시 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척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외관에 황동으로 된 손잡이를 돌리며 운전을 하는게

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동도 심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국내 버스를 이용할 때처럼 내릴 역이 오기 전에 부저를 눌러야 합니다

 

 

하리마야바시 정류장에서 내린 후 숙소로 잡은 세븐데이즈 호텔 고치로 이동했습니다

 

하리마야바시 사거리

가는 중간에 다른 노선 전차도 보였습니다

제가 탄 것보다 더 오래되어 보이는 차체입니다

 

 

세븐데이즈 호텔로 가는 길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한적한 풍경이 펼쳐지는 소도시였습니다

 

 

숙소인 세븐데이즈 호텔 고치입니다

조용하고 저렴한 편인 대신 중심가까지 나가려면 조금 걸어야 합니다

 

 

다카마쓰에서 머물렀던 도미인보다 작고 시설도 오래된 느낌을 주었지만

그래도 정리는 깔끔하게 잘되어 있었고 가격은 훨씬 저렴했습니다

다만 세탁기가 없어서 땀에 절은 옷을 빨 수 없었던게 아쉬웠습니다

번화가 접근성을 중시한다면 도미인 고치 쪽이 위치가 더 좋습니다

 

어쨌든 체크인을 하고 사워를 한 후 고치시내 구경 및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우오노타나 상점가

고치에 있을 때 정확한 이름을 물어 보았어야 했는데 고치 사람에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다카마쓰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사카나노타나라고 읽는건가요 우오노타나라고 읽는건가요?"

하고 물어보니 자기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합니다

고치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알 수 있다면서요...

인스타그램 태그로 검색해보니 사카나노타나는 검색이 안되는데 우오노타나가 검색이 여러개 되는 것으로 보아

우오노타나 쇼텐가이가 맞는 것으로 추정을 했습니다

 

초입에 히롯짱이라는 고로케 가게가 괜찮아 보여서 숙소로 돌아올 때

사들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돌아올 때는 문을 닫아서 아쉬웠습니다

 

 

큰 길 쪽으로 나오자 오비야마치라는 아케이드가 나왔습니다

여기가 고치시 중심이 되는 번화가입니다

 

 

규모는 상당히 큽니다

여기에 백화점 등을 포함해 여러 음식점, 그리고 스타벅스를 포함한 카페도 다수 있습니다

한적하던 뒷골목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큰 도시는 아니라 백화점도 조금 낡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히로메시장

그리고 오비야마치 끄트머리에 있는 목적지인 히로메시장

일종의 고치시 푸드코트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옷가게 등도 조금 있었지만 음식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이었고

고치 시내에 이름있는 음식점들 상당수가 이곳에 분점을 두고 있어서 음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츠오타다키로 유명한 묘진마루, 교자로 유명한 야스베가 있습니다

가츠오는 우리말로 가다랑어, 고치시 특산물입니다

마침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가 제철이라 먹기 좋은 때였습니다

히로메시장에서 정해진 자리는 없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사와서 빈자리에 앉아서 먹으면 됩니다

 

 

묘진마루의 가츠오타다키 정식 시오(소금)

원래 가다랑어가 제대로 처리 못하면 상당히 비린 생선입니다

하지만 제철이라 그런지 비린내도 없고 맛도 좋았습니다

 

 

야스베 교자의 교자+생맥주

고치 시내에서 교자 쪽으로는 최고로 평가받는 가게입니다

혹자는 일본 최고라고 평가하기도 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일본 최고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수준급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교자입니다

 

 

이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하리마야바시를 잠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고치 시내에도 저렇게 한국음식점이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름은 '카라쿠리'인 모양입니다

 

 

하리마야바시는 사실 크게 볼 것은 없는 관광지입니다

고치시 근처 치쿠린지(죽림사)에 있는 승려 순신과 마을 처녀가 서로 반해 몰래 만나다가

사람들에게 들켜 추방 되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얽힌 다리인데

그냥 고치 시내 작은 개울에 놓인 빨간 다리에 안내판, 석상이 전부입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딘가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3대 관광지' 중 하나로 뽑혔다고 합니다

저 다리 뒷편에 보이는 노란 천막 가게가 고치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과자점 '하마코우' 입니다

 

 

하리마야바시 건너편에는 목조 아케이드인 하리마야바시 상점가가 있습니다

하리마야바시에 들른 후 저곳을 지나 숙소인 세븐데이즈 호텔 고치로 들어가 2일차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