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번째로 가게된 울릉도 여행기 - 2일차, 저동과 봉래폭포, 현포

지수스 2021. 8. 9. 22:56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저는 숙소 부근에서 택시를 타고 강릉항여객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원래는 버스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강릉 시내버스는 첫차가 상당히 늦게 출발하는 관계로

(강릉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차고지에서 오전 6시 55분에 출발) 택시를 잡아타게 되었습니다

숙소에서 그리 먼 편은 아니라 약 6천원 정도 비용이 나왔습니다

 

 

 

안목해변 부근 방파제에 붙어 있는 강릉항여객터미널은 생각보다 아담했고

오전 8시에 울릉도로 출항할 씨스타5호가 이미 계류해 있었습니다

강릉항에 붙어 있는 주차장은 무료라 자가용을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거기에 주차를 하고 울릉도에 다녀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성수기 주차장은 꽉꽉 찬 상태라 차를 대기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예약한 승선권을 발권하려면 공인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승선권에는 승객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고 승선시에도 다시 신분증과 대조를 하며

검표를 하게되니 신분증은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울릉도까지 타고 가게 될 씨스타5호는 쌍동선이었습니다

선체 두개를 하나로 연결하고 그 위에 구조물을 올린 형태 배를 쌍동선이라고 하는데

단동선(모노헐)보다 파도에는 좀 더 안정적입니다

규모를 보니 대충 500톤 정도로 추정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보면서 기다리자 승선이 시작되었고 좌석에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출항 5분 전 정도에 문을 닫고 현문을 걷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층은 일반석, 2층은 우등석인 형태이고 뒷편에 매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멀미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쌍동선이 아무리 흔들림이 덜하다고는 해도 동해는 너울이 꽤 있는 편이라

멀미 심하신 분들은 멀미약을 미리 챙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시에 출항한 배는 동해의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눈짐작으로 30노트(약 56km/h) 가 좀 넘어갈 것 같은 빠른 속력이었습니다

바다에서 이정도면 상당한 고속입니다

 

 

신기한 것은 해상에서도 LTE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육상만큼 안정적이진 않고 간간히 끊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가 어디입니까?

 

 

그렇게 3시간 10분 가량을 항해해 오전 11시 10분 경 울릉읍 저동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배는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기상상황이나 바다 상태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으니

그런 부분은 염두에 두고 움직이셔야 합니다

 

 

저동항에서 내리자마자 찾아간 곳은 식당이었습니다

오전에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바로 점심 먼저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저동항에서 내려 왼편으로 좀 가다보면 이렇게 식당가가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곳은 초입에 있는 정애식당이었습니다

 

 

 

울릉도에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해산물을 이용한 홍합밥/따개비밥이 있습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 반반 섞은 홍따밥(홍합+따개비)이 있습니다

제가 울릉도 첫끼로 고른 것은 홍따밥이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으로 비싼 편입니다만..

울릉도가 많은 물자를 육지에서 싣고와야 하는 섬이다보니 그건 감안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울릉도 특산품인 명이나물을 비롯해 오징어내장탕이 제공되는 등 내용은 훌륭합니다

비린 향이 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담백하고

밥알 사이에 쫀득한 따개비가 씹히는 등 식감도 좋았습니다

 

 

홍따밥으로 배를 채운 저는 카페인 충전 겸 봉래폭포행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근처 카페 글림에 들어갔습니다

울릉도 도동에서 출발해 저동을 거쳐 봉래폭포로 가는 버스는

대략 1시간에 1대꼴 정도로 있는데 카페 글림 근처에 정류장이 있습니다

 

 

글림의 커피와 크루아상

커피는 솔직히 그저 그런 수준이었지만 크루아상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직접 만드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요

 

 

그렇게 버스 시간이 되고 봉래폭포로 향했습니다

저동에서 봉래폭포까지는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

 

울릉도 지역버스를 타고 울릉도를 다녀보면서 느낀건데

울릉도는 어설픈 운전실력으로 렌트카를 빌려서 다니다가는 피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안가 일부 외에는 섬 전체가 거의 산으로 되어 있다시피 해서

길도 좁은데다 경사도 급하고 커브도 많습니다

렌트카를 이용하면 당연히 다닐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시간도 여유있게 짤 수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더라도 웬만한 곳은 대부분 갈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버스 간격이 길어서 시간표를 잘보고 동선을 짜야 합니다

 

 

버스 회차점인 봉래폭포 휴게소입니다

주차장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휴게소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올라온 길입니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반겨준 것은 봉래폭포 휴게소 건물에 눌러사는 고양이님이었습니다

데크에 앉아 햇빛을 쬐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익숙한지 전혀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매표소가 있습니다

봉래폭포는 여기서 20분가량 산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가는 도중에 있는 풍혈

 

 

바위 틈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면 정말 서늘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풍혈을 지나 산길을 올라갑니다

 

 

봉래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은 울릉도 남부지역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곳이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가는 도중 저런 시설도 있었습니다

 

 

올라가다보니 저렇게 예쁘게 핀 고사리도 보였습니다

 

 

계속 올라가다보면 전망대가 하나 나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봉래폭포는 울릉도의 주요 상수도원 중 하나라 접근은 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전망대 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3단으로 된 폭포는 보는 것으로 청량감을 주었습니다

 

 

버스가 다시 오기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지나치게 시간을 끌지 않는다면 봉래폭포까지 보고 오는데 충분한 시간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풍혈에 들러서 흐른 땀도 식힐 수 있고요

폭포를 보고 내려와보니 이번에는 고양이가 아예 퍼져있었습니다

 

 

고양이를 보면서 조금 기다리자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울릉도의 주요 관공서가 있는 도동

두번째 계획 코스는 이번 울릉도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행남해안산책로이었습니다

과거 방문에서 그 길을 걸었을 때 정말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다시 찾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동에서 저동으로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은 후 저동에서 버스를 타고 현포에 있는

울릉도 숙소까지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망했네요

2020년 태풍피해로 망가진 산책로가 아직 공사중인 모양입니다

들어갈 수 없게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멀리서라도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보고 돌아섰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행남해안산책로 반대편에 있는 저 길이었습니다

행남해안산책로보다는 짧아보이고 그 하위호환 정도로 보이지만

울릉도 해안산책 맛보기 정도로는 충분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곳으로 향했습니다

 

 

도동항 오징어잡이 배와 말라가는 오징어

 

 

 

 

길 이름은 우안해안산책로라고 합니다

 

 

절벽 밑에 난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예쁜 해안절벽 아래 다소곳이 놓여 있는 일회용 커피컵

 

 

아쉬운대로 미니 행남해안산책길이라고 할 수는 있을 정도입니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도동항

 

 

물도 정말 맑습니다

울릉도 바다는 물이 좋아서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그래서 실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울릉도를 찾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우안해안산책로를 걷고 다시 도동으로 돌아왔습니다

 

 

도동항 근처에 보면 저렇게 버스승강장이 있고 도동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전부 여기서 나갑니다

원하는 노선 방향을 잘 확인하고 시간표를 맞춰서 타면 됩니다

 

 

울릉도 버스는 육지와는 다르게 카드를 찍기 전 목적지를 먼저 말해야 합니다

목적지에 따라 기사아저씨가 요금을 입력하고 그 후 찍어야 합니다

서울시 버스처럼 내릴 때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 버스는 울릉도 일주도로를 따라 첫날 숙소가 있는 현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울릉도 일주도로는 주로 해안가를 따라 나있는 길인데 (일부 신길 구간도 있음)

울릉도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이걸 타고 한바퀴 도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울릉도 버스기사 아저씨들은 운전이 몹시 터프했습니다

경치고 뭐고 밟으셨습니다

사람이 타거나 내릴 때 느릿느릿 하더라도 잘기다려 주시고

자리를 잡아 앉는 것도 끝까지 보고 출발하시는 등 친절하시지만

일단 출발하면 구불구불한 길과 어우러져 요단강 관광버스를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멀미약을 먹지 않아도 배에서 안하던 멀미를 울릉도 버스에서 할 뻔 했습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이 울릉도 북쪽 해안에 있는 현포입니다

 

 

 

첫날 숙소로 잡은 현포항의 냥꼬네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그리 깔끔하다거나 편안한 잠자리는 아니지만 만만찮은 울릉도 물가에

성수기에 솟구치는 숙박비를 생각하면 그래도 저렴하게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현포반점입니다

 

 

 

조용한 이 동네에 몇없는 식당 중 하나인데 나름 맛집으로 소문이 나있습니다

 

 

영업을 하는게 맞나 싶은 외관이지만 들어가보면 사람도 있고 음식도 하고 있습니다

 

 

2인 이상 주문해야 하는 메뉴가 많은 울릉도에서 중식집은

저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객들이 부담없이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울릉도 중식집은 의외로 꽤 훌륭한 곳이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중화비빔밥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인데 대구 쪽에서 만들어진 한국식 중화요리라고 합니다

울릉도 지역에 경북 영향을 많이 받아 여기서도 중화비빔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징어와 야채 등 재료를 고추기름 등과 함께 소위 '불맛' 나게 중국식으로 볶아서

달걀 후라이를 얹은 밥 위에 올려 비벼먹는 음식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맛은 좋았고 울릉도답게 오징어 식감이 훌륭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현포반점에서는 짬뽕과 중화비빔밥이 제일 맛있다고 평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맛은 좋은 곳이지만 아저씨 혼자 주문 받고 요리를 하는 작은 가게라

손님이 조금만 몰려도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는게 흠입니다

 

 

배를 채운 저는 현포항 풍경을 보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현포항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봉우리는 노인봉입니다

그리고 현포항에는 CU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맥주 등을 조달하기는 좋습니다

 

 

냥꼬네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냥꼬네인 이유입니다

하얀 고양이 세마리가 사는데 게스트하우스 안을 한 번씩 순찰하고 다니기도 하고

투숙객 자리에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고양이에 거부감 있으신 분들에겐 감점 요인이겠지요

 

이렇게 고양이와 함께 울릉도에서 첫날이 저물었습니다